미국 국방부가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협상에서 한국이 미국의 5배 인상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주한미군 1개 여단을 철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조선일보 보도를 ‘오보’라면서 21일(현지시간) 공식 부인했다. 미국 정부가 이처럼 동맹국의 언론사 보도에 대해 즉각적으로 부인한 것은 매우 이례적으로, 특히 이날 반응은 미국 현지시간으로 새벽에 나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조너선 호프먼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내고 “미 국방부가 현재 한반도에서 미군을 철수한다는 조선일보의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absolutely no truth)”라고 밝혔다. 이날 성명은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 일행이 아시아 순방을 마친 뒤, 미국 워싱턴DC로 돌아가는 중 경기도 오산 공군기지에 들렀을 때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성명에서 호프먼 대변인은 “그러한 뉴스 기사는 익명 소식통을 인용한 보도의 위험하고 무책임한 결점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조선일보는 즉각 기사를 취소하라”고도 요구했다. 아울러 그는 “에스퍼 장관이 지난주 방한 도중, 한국에 대한 미국의 철통 같은 헌신을 거듭 표명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에스퍼 장관도 문제의 보도 내용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다(I have not heard that)”고 일축했다. 에스퍼 장관은 이날 베트남을 떠나기 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조선일보 보도의 사실 여부를 묻는 질문이 나오자 “언론에서 과장되거나 부정확한, 거짓된 기사를 매일 본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고 못 박은 것이다.
에스퍼 장관은 ‘협상이 실패하면 미군을 철수하겠다는 위협이 있을 수 있나’라는 질문에도 “이것으로 동맹(한국)을 위협하지 않는다. 이것은 협상이다”라고 답했다. 미국이 한국을 상대로 ‘분담금 5배 인상’을 요구하며 현재 한미 분담금 협상이 불안정한 상태에 있긴 하지만, 에스퍼 장관은 한미 동맹에 균열이 생겼다고 보지 않는다고도 밝혔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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