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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쌀 관세화 협상 어떻게 마무리됐나

입력
2019.11.26 04:4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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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5년간 끌어오던 쌀 관세화 검증 협상이 사실상 마무리되었다. 지키기 불가능할 것으로 보였던 513% 관세를 그대로 관철시켰으며, 저율관세 수입량(TRQ)도 기존 40만8,700톤에서 한 톨도 늘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대단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의 쌀은 세계에서 유례없이 1995년부터 2014년까지 20년 동안 연속해서 관세화를 유예했다. 물론 그 과정에서 TRQ가 국내 소비량의 10%까지 늘어나는 값비싼 대가를 경험했다. 두 차례의 관세화 유예가 종료되는 2014년 들어서는 다소 혼란을 겪긴 했으나 관세화로 전환을 성공적으로 추진했다. 특히 당시로는 그 누구도 생각해 내지 못한 513%라는 높은 관세를 고안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출하기도 하였다.

사실 2015년 관세화 초기만 하더라도 513% 관세가 관철될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다. 오히려 무모하게 높은 관세를 제시했다느니 하는 비판 일색이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관세화 검증 과정에서 513% 관세 유지가 불가능하며, 이를 지키기 위해서는 TRQ가 대폭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러한 시각을 완전히 뒤바꾼 것은 협상팀의 예리함과 한편으로 배수진을 친 각오였다. 검증 협상 초기 이해당사국들은 513% 관세를 무역 금지 수준의 관세로 지적하면서도 저마다 안정적 물량의 쌀 수출을 보장받고 싶어했다. 상대방이 관세보다는 안정적인 쌀 수출 물량 확보에 더 큰 관심이 있다는 것을 확인한 우리나라는 협상 초기 국가별 물량 증가 요청에 절대 불가하다며 배수진을 쳤다. 이렇게 상대방의 애간장을 태운 뒤 협상의 마지막 단계에서 국가별 할당량을 늘려주되 대신 전체 TRQ를 늘리지 않는 안을 제시하여 성공적으로 타협을 이끌어냈다.

이러한 우리의 쌀 검증 협상 결과는 대만의 검증 결과와 비교해도 월등하다. 대만도 초기 제시한 ㎏당 45대만달러라는 높은 관세를 유지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TRQ의 사료용 처분이나 해외 원조를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어 국내 쌀 수급 조절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입쌀의 밥쌀용 판매비중도 높다. 반면 우리의 협상 결과에는 대북 지원 등 해외 원조에 대한 명시적 언급이 없다. 밥쌀용 쌀에 대해서도 상대국들이 시판용 밥쌀 30% 수입 보장을 요구했으나 수용 불가를 관철시켜 밥쌀용 쌀 수입에 관해서도 어떠한 언급도 없다. 결국 해외 원조도 상황에 따라 가능할 수 있으며, 밥쌀용 쌀도 통상적 수입은 불가피하지만 자연스러운 수입 추세에 따르기만 하면 문제없다.

지금부터가 더욱 중요하다. 공격보다 수성이 어려운 법이다. 쌀 관세 513%를 가능한 한 오랫동안 유지해야 한다. 향후 우리나라가 개발도상국 특혜를 더 이상 주장하지 않기로 했으니 결국 이해 당사국과의 신축성 확보 협상을 통해 쌀 관세를 최대한 높은 수준으로 유지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쌀의 민감성, 중요성 등을 상대국에게 충분히 납득시킬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를 준비해야 한다.

TRQ도 효과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국영무역을 통한 과도한 관리로 TRQ 소진율이 낮아지면 수입방식이 선착순으로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쌀은 적정 수입량을 유지하는 전략적 관리가 필요하다. 5년간의 땀으로 어렵게 확보한 과실을 정부와 농업계가 합심해 오랫동안 지켜 나가기를 기대한다.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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