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의 신으로 불리우는 이세돌 9단이 프로 기사에서 은퇴했다.’라는 문장에서 틀린 표현은 무엇일까? 여기서는 ‘불리우는’이 틀린 것이다.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불리우다’는 ‘불리다’의 잘못으로 나와 있다.
‘불리다’는 ‘부르다’의 피동형으로 ‘부르+이+다’의 형태인데, ‘부르-’에서 ‘ㅡ’ 모음이 탈락해 ‘불-’이 되고 피동 접미사 ‘-이-’에 ‘ㄹ’이 첨가돼 ‘불리다’가 된 것이다. 그런데 ‘불리다’를 ‘불리우다’라고 말하는 것은 피동사인 ‘불리다’에 사동 접미사 ‘-우-’를 불필요하게 첨가한 것이다.
‘불리다’를 ‘불리어지다’라고 말하는 것 역시 자연스럽지 않은 표현이다. ‘불리어지다’는 ‘부르다’의 피동사 ‘불리다’에 또 다시 피동의 뜻을 나타내는 보조 동사 ‘-(어)지다’를 붙인 것으로 이중 피동형에 해당한다.
이중 피동형은 영어의 수동태에 영향을 받아 이를 우리말에 그대로 옮겨와 사용하는 것으로 실생활에서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 10월의 마지막 날 밤이 되면 사람들은 ‘잊혀진 계절’이라는 노래를 듣고 ‘사랑의 멍에로 찢겨진 가슴’에 가슴앓이를 하며 ‘기억 속에 묻혀진 추억’을 회상한다. 이상의 표현에서 ‘잊혀진’, ‘찢겨진’, ‘묻혀진’은 ‘잊힌’, ‘찢긴’, ‘묻힌’으로 고쳐 말하는 것이 바르다.
이외에도 ‘증가할 것으로 보여집니다’, ‘옳다고 생각되어집니다’ 등의 표현에서도 이중 피동형이 사용되었는데, ‘보여지다’는 ‘보다’에 피동 접미사 ‘-이-’와 피동 보조 동사 ‘-(어)지다’가 이중으로 결합한 것이고 ‘생각되어지다’는 피동사를 만드는 접미사 ‘-되다’와 ‘피동 보조 동사 -(어)지다’가 이중으로 결합한 것이어서 ‘보이다’와 ‘생각되다’로 고쳐 말하는 것이 바르다.
유지철 KBS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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