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도네시아와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을 맺으면서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10개국 중 교역이 활발한 상위 3개국(싱가포르ㆍ베트남ㆍ인도네시아)과 모두 양자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다. 앞으로도 필리핀, 말레이시아와 FTA를 적극 추진하겠다.”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22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2019 코라시아포럼’의 첫 번째 세션 ‘한ㆍ아세안, 협력을 넘어 경제공동체로’ 주제발표에서 아세안과의 교류ㆍ협력 확대 필요성과 구체적 방안에 대해 역설했다.
유 본부장은 “지난달 미국과 중국은 고위급 무역 협상을 열어 1단계 무역합의에 도달했으나 지적재산권이나 산업보조금 등 주요 문제에 있어선 여전히 입장 차이가 크다”며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다”고 최근 무역 환경을 평가했다. 그는 “중국의 성장률 하락과 독일ㆍ일본 등 대표적인 제조업 국가의 실물경기 둔화 역시 교역 환경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세계 5위 거대 경제권인 아세안과의 교류 확대는 경제 안정성을 강화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체 교역에서 미국과 중국 비중이 35% 이상인 한국은 대외 무역환경에 따른 불확실성이 클 수밖에 없는데, 아세안과의 교류ㆍ협력 강화는 미ㆍ중 무역 의존도를 낮추면서 경제발전도 꾀할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이란 얘기다.
유 본부장은 “아세안 국가의 상황에 따라 맞춤형 협력을 확대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산업화 기반 확보가 필요한 국가에겐 현지 공무원 초청 정책연수나 생산현장 기술 지도사업을, 산업화가 어느 정도 진행된 국가와는 첨단기술 공동 연구개발(R&D), 전문 인력 교류 등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유 본부장은 “생산기지 구축, 원자재 중심의 상품무역 확대 등 단순 교역을 넘어 공동번영과 상호이익을 바탕에 둔 상생 협력을 일궈나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아세안과 인도에 1만3,000개의 한국 기업이 진출해 있다”며 “교류 확대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만큼 현지 국내 기업의 활동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그 방법 중 하나로 유 본부장은 “국내 기업이 많이 나가 있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인도에 신남방 비즈니스 협력센터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 센터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등 현지에 있는 기관을 엮어 진출 기업을 유기적으로 지원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서울대 영문과를 졸업한 뒤 같은 대학 행정대학원에서 정책학 석사, 미국 밴더빌트대에서 법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제35회 행정고시를 통해 공직에 입문했으며 외교통상부 FTA정책과장, 대통령비서실 외신대변인, 산업통상자원부 FTA교섭관 겸 동아시아FTA 추진기획단장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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