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아세안 중심 다자주의 확대” 유명희 “아세안國과 양자 FTA 추진”
“베트남 외 국가와도 교역 늘려야” 전ㆍ현직 아세안 지도자 조언 쏟아져
1989년 대화 상대국이 된 이후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은 한국의 교역 상대이자 시장이라는 의미가 컸다. 30년이 지난 지금 아세안의 위상은 그 정도가 아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첨예화하는 상황에서 한국에게 아세안의 지위는 전략적 동반자 이상이 됐다. 이달 25, 26일 부산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는 앞으로 30년 뒤를 기약하는 출발인 셈이다.
한국ㆍ아세안 간 수교 30주년을 맞아 ‘한-아세안 30년: 공동 번영의 신(新)시대로’를 주제로 22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주최한 ‘2019 코라시아 포럼’(The KOR-ASIA Forum 2019)은 아시아의 전ㆍ현직 지도자들과 전문가들이 모여 한국과 아세안 간 협력 중요성을 환기하고 양측의 상생과 도약에 필요한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스페셜 스피치’를 통해 한ㆍ아세안 관계 심화가 세계 평화 유지에 기여한다고 강조했다. 반 전 총장은 “갈수록 격화하는 미ㆍ중 각축 탓에 쇠퇴 일로인 다자주의(세계 수준의 협의체와 규범 등을 통해 지구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태도)를 회복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 전 총장은 또 “유럽연합(EU)처럼, 다른 5대륙에는 전 나라를 총괄하는 기구가 있지만 아시아에는 없다”며 “아시아의 주축 역할을 아세안이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세계 평화를 위해 아세안의 지속적 성장과 한ㆍ아세안 관계의 심화를 간절히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전에 진행된 특별 대담에서는 한국을 상대로 한 전ㆍ현직 아세안 지도자들의 조언이 쏟아졌다. 아피싯 웨차치와 전 태국 총리는 “아세안의 연결성을 고려해 한국의 경제 주체들이 베트남 외에 다른 아세안 국가와의 교역도 늘리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브루나이 출신인 림 족 호이 아세안 사무총장은 “문화 및 인적 교류, 특히 청년들의 이동이 활성화해야 한다”고 했고, 베트남 출신 레 르엉 밍 전 아세안 사무총장은 “교류가 지속 가능하려면 일방향이 아니라 양방향 교류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오후 세션에서는 한국과 아세안 간 경제ㆍ외교 협력 실천 로드맵을 놓고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댔다. ‘한ㆍ아세안, 협력을 넘어 경제공동체로’를 주제로 삼은 오후 첫 세션에서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주제 발표를 통해 “아세안과 한국은 미ㆍ중 무역 분쟁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아세안 국가들과의 양자 자유무역협정(FTA)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토론 패널들 역시 양측이 경제공동체를 이루겠다는 의지를 갖고 ‘세계 속의 한ㆍ아세안’이라는 가치 사슬 창출을 추구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두 번째 세션 ‘한ㆍ아세안, 우호를 넘어 전략적 동반자로’의 주제 발표를 맡은 임성남 주(駐)아세안 한국 대사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동반자로서의 아세안에 주목했다. 그는 “동북아시아 지역에 다자 안보 체제가 없는 만큼, 이런 결핍을 해소하고 한국의 입지를 확대하기 위해 평화 문제에서 아세안과 더 적극 협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는 한ㆍ아세안이 상호 관심을 더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주를 이뤘다. 사이먼 테이 싱가포르 국제문제연구소 회장은 “한국ㆍ아세안의 관계가 현재의 ‘좋은’ 관계에서 ‘위대한’ 관계로 이행하려면 관심의 지속성과 일관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승명호 한국일보 회장은 축사에서 “단순한 협력 파트너 이상의 지속 가능한 전략적 동반자라는 한ㆍ아세안 관계의 미래상을 도출하기 위해 양측의 지난 30년을 돌아보고 향후 30년을 내다보는 자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코라시아 포럼은 신(新)아시아 시대 대한민국의 역할과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 본보가 2017년까지 6년간 운영한 중국 전문 ‘차이나 포럼’을 확대 개편해 지난해 시작한 국제 포럼으로, 올해가 2회째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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