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제정세의 특징은 강대국들의 자국 중심주의 융성과 그 이면의 다자주의 쇠퇴라고 할 수 있다. 한국과 아세안(ASEANㆍ동남아시아국가연합)이 이런 국제정세에 대한 지혜와 대처 방안을 공유하고, ‘전략 공동체’를 지향해가야 할 필요성이 점점 커질 것이다.”
임성남 주아세안대한민국대표부 대사는 22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코라시아포럼’ 두 번째 세션(한ㆍ아세안, 우호를 넘어 전략적 동반자로) 주제발표에서 이같이 말하면서 강대국들의 자국 일방주의 심화 등 변화하는 국제 환경 속에서 한ㆍ아세안은 같은 중견국으로서 함께 대응 전략을 고민해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임성남 대사는 “최근 (미국의) ‘인도ㆍ태평양’ 개념을 두고 강대국을 중심으로 대결적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며 이와 관련해 올해 6월 아세안 정상들이 채택한 ‘인도ㆍ태평양에 대한 아세안의 관점’(AOIP)을 언급했다. 그는 “아세안이 나름의 고려를 담아 천명한 AOIP의 개방성ㆍ포용성ㆍ투명성 등의 원칙에 대해, 우리 정부도 환영과 지지를 기회가 되는 대로 밝히고 있다”면서 “이미 한ㆍ아세안은 전략 공동체로서 첫 발을 띄어가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임 대사는 이어 ‘동북아 지역의 다자안보체제 공백’을 한ㆍ아세안 간 안보 협력을 강화해야 할 이유로 꼽았다. 그는 “그동안 동북아에서 유일하게 작동했던 다자안보체제인 6자 회담은 2008년 12월을 마지막으로 장기적인 동면 상태”라면서 “우리는 다자안보 차원에서 동북아 지역의 외톨이 같은 존재”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동북아의 다자안보체제 결핍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우리 자신의 국제적 입지를 확대하는 차원에서 아세안과 장기적으로 평화문제에 대한 적극적 협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반도 평화 정책에 있어서도 아세안은 중요한 동반자다. 임 대사는 “작년과 올해 싱가포르ㆍ하노이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한 사실만 봐도 아세안은 이미 ‘한반도 프로세스의 동반자”라고 말했다. 그는 아세안 회원국들이 ‘대화를 통한 한반도 문제 해결’이라는 한국 정부의 입장을 일관되게 지지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앞으로도 이에 대한 아세안의 기여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마지막으로 초국가범죄 등 비전통 안보 분야에서의 협력 필요성도 임 대사는 강조했다. 그는 “총칼을 드는 전쟁도 중요하지만, 앞으로는 사이버안보ㆍ테러리즘ㆍ극단주의 등 비전통 안보의 위협 요인이 점점 중요해지는 세상이 될 것”이라면서 “이번 한ㆍ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끝나고 나면 초국가범죄와 관련해 장관급 협의체가 발족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임성남 주아세안대한민국대표부 대사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한 뒤 1980년 외무고시 14회로 외교부에 입부해 대미ㆍ대중ㆍ북핵 외교의 주요 보직을 두루 지냈다. 북미1과장, 주미대사관 참사관, 한미안보협력관 등을 거쳐 주중공사로 2년간 역임했다. 이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주영국대사 등을 지내고 지난해 9월까지 두 정권에 걸쳐 3년 가까이 외교부 1차관을 역임했다. 주아세안 대사가 차관급으로 격상된 뒤 부임한 첫 대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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