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 4일차 황 “잘 싸워보자”며 공수처법ㆍ선거법 개정안 철회 강조
나 “文 정부, 다시는 지소미아 갖고 안보 도박 말라”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 협상을 위해 미국을 방문했던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당초 귀국일을 하루 앞당긴 23일 오전 5시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나 원내대표는 공항에서 곧바로 황교안 대표가 단식 농성 중인 청와대 앞으로 향했다. 단식 4일차에 접어든 황 대표는 전날 처음으로 청와대 앞에서 텐트를 치고 철야 농성을 했다.
나 원내대표는 황 대표를 만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ㆍGSOMIA) 종료의 ‘조건부’ 연기 결정에 대해 “문재인 정권이 한일 갈등을 지소미아와 연계시킨 것에 대해 미국에서 우려가 굉장히 크지 않았나”라며 “이런 미국의 우려와 황 대표님의 구국단식, 국민들의 저항이 있으니 문재인 정권이 일단은 조건부 연기 결정을 내려 정말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소미아 중단 결정을 했던 것이 앞으로 방위비 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르겠다”며 “미국을 방문해 많은 국민들이 한미 동맹을 중요시한다는 것과 대표님의 의지도 잘 전달하고 왔다”고 전했다.
황 대표는 “사실 (단식의) 시작은 선거법 개정안 때문이었다. 잘 싸워봅시다”고 답했다. 지소미아 연장 외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 철회,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개정안 철회 등 나머지 두 가지가 관철될 때까지 단식 투쟁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이다.
나 원내대표는 황 대표와 15분 가량 비공개로 대화한 후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황 대표님의 뜻은 지소미아 파기 반대와 선거법 개정ㆍ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법안 저지인데, 이것이 곧 한국당의 뜻이고 대한민국을 걱정하는 국민들의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뜻을 잘 관철할 수 있도록 국회에서 하나하나 논의하고 풀어갈 부분은 풀어가겠다”며 “정기국회가 마무리되는 과정이니 여당과 여러 가지 논의와 협상을 이어가겠다”며 협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미국에) 주한 미군 철수와 같은 일들은 절대 없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대부분의 대한민국 국민과 건전한 야당은 굳건한 한미동맹을 지지하며, 방위비 협상 문제로 동맹 자체의 존립이 위태로워지는 위태로워지는 수순으로 가선 안 된다는 점도 강조했다”고 방미 성과를 밝혔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권은 이번 (지소미아 종료 연기) 결정을 극적인 반전과 대단한 외교적 성과로 포장하고 싶을 것이나, 본질은 ‘포기’일 뿐”이라며 “지소미아 파기가 초래할 우리 안보 몰락의 시나리오를 직접 두 눈으로 보고 그 자리에서 털썩 주저앉아 버린 것이다”고 각을 세웠다. 이어 “다시는 지소미아를 가지고 안보 도박을 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나 원내대표는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의 공정한 합의를 촉구하기 위해 20일 더불어민주당 이인영ㆍ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와 함께 미국 워싱턴DC를 찾았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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