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이 뇌물죄 벌금 7,500만달러(약 884억원)를 물기로 하는 대신 미국 사법당국의 기소를 피하게 됐다. AP통신에 따르면 미 연방검찰은 22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州) 동부 연방지방법원에서 열린 심리에서 삼성중공업이 뇌물 혐의에 대한 벌금을 이같이 내는 조건으로 기소유예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날 심리에서 조너선 로벨 검사는 삼성중공업 관계자들이 시추선(드릴십) 인도 계약을 성사시키고자 뇌물 공여를 모의, ‘해외부패방지법’(Foreign Corrupt Practices Act)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시추선은 브라질 국영 석유기업인 페트로브라스가 사용할 계획이었다.
로벨 검사는 이에 따라 삼성중공업이 벌금 절반을 미 재무부에, 나머지 절반은 브라질 정부에 각각 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만약 브라질 정부에 벌금 납부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미 정부에 전액이 귀속되게 된다.
해당 소송은 시추선 선주인 엔스코(舊 프라이드)와 용선업체인 페트로브라스, 조선사인 삼성중공업 사이에서 발생한 것이다. 지난 2007년 삼성중공업은 미국 선사인 프라이드와 드릴십 1척(DS-5)에 대한 선박 건조 계약을 체결해 2011년 인도했으며, 페트로브라스는 2011년 프라이드와 해당 드릴십에 대해 5년 용선(대여)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페트로브라스는 2016년 삼성중공업이 시추선 건조 계약 체결 과정에서 중개인에게 지급한 중개 수수료 일부가 부정 사용됐고, 이 때문에 자사가 높은 가격에 용선계약을 체결했고 프라이드가 이 점을 인지하고 있었다면서 엔스코와의 용선계약을 취소했다.
이에 따라 초과 용선료 지불에 대한 손해를 주장하는 소송은 미국에서, 용선계약 해지에 따른 피해 소송은 영국에서 진행돼왔다. 엔스코는 용선계약 취소에 대해 삼성중공업의 책임을 주장하며 중재를 신청했고, 올해 5월 영국 중재 법원은 삼성중공업의 책임을 인정해 1억8,000만달러(약 2,120억원) 손해배상금 지급을 명령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