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우철 원자력병원 외과 과장, 세계 최대 암학회 학술지에 폐경 전 유방암 치료법 게재
“폐경이 되기 전에 유방암에 걸리는 환자가 46.5%일 정도로 우리나라에는 ‘젊은’ 유방암 환자가 많습니다. 미국·유럽에서는 폐경 전 유방암 환자가 15% 정도에 그치는 것과 대조되지요.” 노우철(58) 원자력병원 외과 과장(전 원자력병원장)은 최근 가진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재발 위험이 높은 ‘젊은’ 유방암 연구에 일찍이 천착해온 노 과장은 지난 9월 세계 최대 암 학회인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의 학술지(Journal of Clinical Oncology) 온라인판에 ‘고약한’ 폐경 전 유방암 환자의 치료 가이드라인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임상 연구 결과(‘ASTRRA’)를 게재하는 성과를 냈다. 그는 2018년 6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ASCO 학술대회의 메인 스타디움에서 ASTRRA 연구를 직접 발표한 바 있다.
유방암의 주원인은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의 장기간 노출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폐경 전 유방암 환자는 에스트로겐 생성을 막거나 작용하지 못하게 호르몬제를 복용해야 한다. 하지만 폐경 전 유방암 환자는 항암치료 후 난소기능이 회복됐을 때도 추가로 난소기능억제 치료를 받는 게 도움될지는 불투명했다.
이에 노 과장은 45세 이하 폐경 전 호르몬수용체 양성 유방암 환자 1,483명을 대상으로 항암치료 후 난소기능 회복됐을 때 타목시펜(호르몬제)을 5년간 복용한 그룹(표준치료법 그룹)과 여기에 난소기능억제제(졸라덱스) 2년간 치료를 동시 적용한 그룹의 5년 무병 생존율을 비교해 난소기능억제 기간이 기존처럼 5년이 아니라 2년만으로도 효과가 있다는 것을 밝혔다.
노 과장은 “ASTRRA 연구를 통해 폐경 전 젊은 유방암 환자가 항암 치료 후 난소 기능이 회복됐을 때 추가로 난소기능억제 치료를 받는 것이 재발 위험을 낮추고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며 “우리나라에 많은 젊은 유방암 치료에 선도적인 역할을 해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이어 “유방암은 90% 이상 완치할 수 있기에 너무 낙담할 필요는 없는 암”이라며 “유방암에 걸렸지만 오히려 부부·가족관계가 좋아지고 나쁜 습관을 고쳐 오히려 건강을 유지하게 된 사람도 꽤 많아 ‘불행처럼 찾아온 축복(a blessing in disguise)’이라는 말도 있다”고 소개했다.
“유방암 완치율이 굉장히 높지만 마라톤처럼 긴 치료과정을 거쳐야 하기에 무엇보다 인내가 필요합니다. 수술은 기본이고 항암치료, 호르몬 양성 유방암은 호르몬 치료, 표적이 있으면 표적 치료 등 모든 치료법을 총동원해야지요. 호르몬치료 기간만 해도 최소한 5~10년 정도 걸리고, 추적검사 기간도 10~20년이나 됩니다. 10~20년 지나서 유방암이 재발하기도 합니다.”
노 과장은 특히 유방암은 다른 암보다 아주 다양한 양상을 보인다고 했다. “유방암은 ①호르몬 수용체 양성 ②HER2 양성 ③표적이 전혀 없는 삼중음성 등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삼중음성 유방암은 호르몬수용체가 ER과 PR 등 2가지가 있는데 이들 2가지가 모두 없는 유방암이라는 뜻으로 호르몬 수용체 양성이 가장 예후(豫後)가 좋은 편이지요. HER2 양성 유방암은 굉장히 공격적이었는데 요즘 HER2 표적 치료가 발달해 예후가 좋아졌습니다. 다만 삼중음성 유방암은 아직 뚜렷한 치료법이 없어 치료하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유망한 유방암 치료법으로는 CDK 억제제 치료법입니다. 폐경 전 여성에게 효과가 있고, 난소기능억제제와 함께 투여하면 효과적입니다.”
노 과장은 자가검진과 정기검진 역시 유방암을 막는 원동력이라고 했다. “자가검진은 생리가 끝난 2~3일 뒤에 하는 것이 좋고 ᅀ통증은 없는데 평소 느끼지 못했던 단단한 멍울이 만져지거나 ᅀ유두에서 피가 나오거나 ᅀ유두 피부에 변화가 있으면 정밀 진단해야 합니다. 특히 우리나라 여성은 치밀(緻密)유방이 많아 정기검진 시 유방X선 촬영과 유방초음파검사를 함께 받는 게 좋습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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