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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기 심부전 ‘인공심장 이식’ 2억 들던 수술비 1000만원으로

입력
2019.11.26 04:0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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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이식의 최전선] 삼성서울병원 장기이식센터

삼성서울병원 장기이식센터 교수진이 인공심장 이식수술을 진행하기 위해 다학제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조양현(오른쪽에서 두 번째) 교수와 최진오(오른쪽에서 세 번째) 교수 등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는 모습. 삼성서울병원 제공
삼성서울병원 장기이식센터 교수진이 인공심장 이식수술을 진행하기 위해 다학제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조양현(오른쪽에서 두 번째) 교수와 최진오(오른쪽에서 세 번째) 교수 등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는 모습. 삼성서울병원 제공

심장의 펌프 기능에 이상이 생겨 온 몸에 혈액이 재대로 순환되지 않는 심부전은 급사 위험이 높다. 심장이 혈액을 제대로 짜내지 못하거나 지나치게 딱딱해 혈액을 충분히 받아주기 어렵기 때문이다. ‘심장의 암’으로 불리는 까닭이다. 관상동맥질환, 심장판막질환, 심근병증, 고혈압 등 다양한 질환이 심부전을 유발할 수 있다.

환자가 90만명 정도로 추정되는 말기 심부전은 1년 생존율이 20% 밖에 되지 않아 심장이식이 최선책이지만 인공심장 이식수술도 많이 이뤄진다. 인공심장 이식수술을 국내에서 가장 많이 시행하는 삼성서울병원 장기이식센터를 찾아 조양현(심장외과)·최진오(순환기내과) 교수를 만났다.

◇“말기 심부전, 심장이식이 효과적”

심부전의 전형적인 증상은 손발이 쉽게 붓는 것이다. 움직이면 숨이 차기도 한다. 가슴이 답답하다고 호소하거나 소화불량·두근거림 등이 나타나는 환자도 있다.

심부전에도 병기(病期)가 구분된다. 심부전 증상이 없는 초기 단계에서 심장이식이 필요한 말기까지 모두 4단계로 나뉜다. 말기 심부전이라면 가만히 있어도 숨이 찬다. 이러한 환자를 약물로만 치료했을 때 1년 생존율이 20% 정도다. 말기 암과 비슷한 수준으로 사망률이 높다. 약물 치료나 심장박동기 치료를 했음에도 호흡 곤란이 호전되지 않고, 돌연사할 위험이 커진 환자에게도 희망이 있다.

말기 심부전은 심장이식수술이 효과적인 치료법이다. 수술 후 1년 생존율은 90% 정도이고 10년 이상 장기 생존하는 환자도 많다. 하지만 말기 심부전 환자 모두가 심장이식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심장이식수술은 뇌사 기증자가 부족해 몇 개월에서 1년 이상 기다려야 하므로 환자에게는 큰 고통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심장 이식을 하기에 적합한 기증자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는 것조차 너무나 버거운 일이다. 특히 O형 혈액형이거나 심부전 증상이 심하거나, 70세 이상 고령인이라면 사정은 더 급하다. 심장 이식을 받기가 더 어렵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말기 심부전 환자 가운데 대기하다 사망할 위험이 너무 높거나, 고령, 중증 폐동맥고혈압, 암 등으로 심장이식수술을 받을 수 없으면 ‘좌심실 보조장치’라고 불리는 인공심장 이식이 대안이다. 게다가 지난 9월 말 인공심장 이식수술이 건강보험에 적용되면서 2억원 정도 들었던 수술비가 1,000만원 정도로 크게 줄었다.

인공심장(좌심실 보조장치)은 심장 대신 좌심실로 들어온 혈액을 대동맥으로 밀어 넣어 우리 몸 구석구석에 공급하는 기계장치다. 1960년대부터 미국을 중심으로 연구가 시작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허가 받아 1994년부터 상업적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초창기에는 박동형 펌프를 이용해 단순히 심장이식을 기다리는 환자의 생명을 유지하는 정도로 쓰였다.

국내에는 최신 모델인 3세대까지 도입돼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2016년 국내 최초로 인공심장 전문 클리닉을 개설했을 정도로 인공심장 이식 분야에서 첨단을 달리고 있다. 조양현 삼성서울병원 심장외과 교수팀이 2015년 3세대 원심성 펌프 이식에 성공하면서 인공심장 이식수술도 급물살을 탔다. 환자 진단에서 수술, 사전·후 관리 등 모든 과정을 순환기내과와 심장외과 전문의, 인공심장 전문 코디네이터 등이 한 팀을 이뤄 진행하고 있다.

최근 3세대 인공심장을 이식 받은 환자가 인공 심장 유지기간 1,000일을 넘겼다. 지난 2016년 9월 당시 76세이던 환자가 수술 받은 지 3년이 넘었지만 별다른 합병증 없이 건강하게 잘 살고 있다. 최진오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해외에서는 10년 이상 건강하게 잘 살고 있다는 보고도 많다”며 “내과와 흉부외과 의사간 협력과 함께 전문 코디네이터와 환자, 가족의 도움과 소통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제2세대 인공심장 모식도. 삼성서울병원 제공
제2세대 인공심장 모식도. 삼성서울병원 제공

◇인공심장 이식, 사전 심사제도 거쳐야

인공심장 이식수술을 받기로 결정하기 전에 특히 건강보험의 사전 심사제도를 거쳐야 한다. 건강보험 혜택을 받기 위해서다. 인공심장 이식 수술을 받고 나면 세심한 관리와 주의가 필요하다. 혈전이나 감염 우려를 피해야 하는 것은 물론 몸 속의 인공심장과 몸 밖의 배터리를 연결하는 전기선도 세심히 다뤄야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전문가의 면밀한 평가를 통한 심장 재활 치료가 필수다.

심장 재활 전문의를 비롯해 전문간호사와 물리치료사 등 다학제팀이 인공심장을 이식 받은 환자가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이식 받은 인공심장이 제대로 기능할 수 있다. 조양현 삼성서울병원 심장외과 교수는 “인공심장 이식수술이 성공하려면 다양한 치료법을 입체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팀워크가 굉장히 중요하다”며 “환자가 고령일지라도 적절한 시점에 인공심장을 이식 받으면 삶의 질 향상은 물론 장기 생존도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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