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亞 전기차 거점 기지 소망… 현대자동차 투자는 우리의 행운이다
동대문서 옷 사 준 文대통령은 나의 베프… 남북관계 개선 위해 무엇이든 할 준비”
“신(新)남방 정책 덕에 3,000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작은 투자라도 반드시 성사되도록 노력하겠다. 현대자동차의 전기자동차 투자는 인도네시아의 행운이다.”
조코 위도도(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자카르타 대통령궁에서 가진 한국일보 특파원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와 대한민국 국민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내며, 향후 양국이 이뤄나갈 협력을 긍정했다.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 “무슨 일이든 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고, 인도네시아의 수도 이전에 “한국 기업들이 언제든 동참해주기를” 희망했다.
25, 26일 부산에서 열리는 한ㆍ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참석을 기념하기 위해 출국 전날 이뤄진 이번 인터뷰에는 국내 종합일간지 중 한국일보가 유일하게 초대받았다. 당초 24일이던 출국 일정을 조코위 대통령이 하루 앞당긴 건 공식 일정 없이 여유롭게 부산을 즐기기 위해서다. 조코위 대통령은 시종일관 웃음으로 질문에 응했고, 특히 문재인 대통령과의 친분을 소개할 때는 다음 질문을 잠시 끊으면서까지 “나의 가장 친한 친구”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조코위 대통령과의 일문일답.
-한국의 신남방 정책이 인도네시아에 실제 영향을 미치고 있나.
“신남방 정책은 한국과 아세안을 연결하고 지원하는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아주 기대하며 바라보고 있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많은 문제가 있지만 (신남방 정책 덕에) 인도네시아는 현재 3,000개의 투자 프로젝트를 한국과 협력해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인도네시아는 (한국의) 투자를 더욱 많이 유치하고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신남방 정책의 성공을 위해 제안하고 싶은 게 있다면.
“한국과 인도네시아는 이미 돈독한 동반자 관계가 구축돼있다. 인도네시아 국민들도 한국 투자자들이 들어와 일하는 것을 반기고 있다. 준비된 노동력을 기반으로 농업 사회 경제 부문의 협력을 넘어 양국의 새로운 문화 창출로 나아가자고 제안하고 싶다. 특히 최근 현대차가 인도네시아에 들어온다는 반가운 소식에 개인적으로 들떠있다. 작은 투자라도 망설이지 말라, 반드시 성사되도록 애쓰겠다.”
-이번에 현대차 울산공장을 방문한다고 들었다. 현대차의 인도네시아 진출은 어떤 의미인가.
“인도네시아는 아시아의 전기자동차 거점 기지가 되길 소망한다. 전기차는 미래를 위해 가장 중요한 산업이다. 특히 젊은 소비자에게 매력이 있다. 아직은 완성품의 가격이 비싸지만 인도네시아는 전기차 생산에 필요한 원료물질 4가지(니켈 구리 리튬 코발트)를 모두 보유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현대차 투자는 ‘인도네시아의 행운’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전기차 보급을 위해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세금을 깎아주는 등 각종 혜택을 준비하고 있다.”
현대차는 자카르타 인근 브카시 델타마스공단과 카라왕 상용차 부지에서 소형 SUV와 전기차를 생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일보는 현대차의 인도네시아 진출 관련 소식을 두 차례에 걸쳐 단독 보도(5월 10일자 1, 2면ㆍ8월 28일자 22면)한 바 있다.
-아세안에서 베트남 쏠림 현상을 지적한 적이 있다. 대통령 말씀처럼 한국 기업들은 인도네시아 투자에 여전히 어려움을 호소한다.
“인도네시아가 투자 절차상 아직 부족한 부분이 있는 건 사실이다. 투자를 늘리기 위해 관련 법률 74개 항목을 수정해달라고 이번 달에 의회에 제출하는 등 수정 및 보완 작업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투자가 용이하도록 규정과 규범을 계속 수정해 나갈 것이다. 특히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은 양국이 함께 일하며 경제가 더불어 지속 성장하고 개방된 시장의 공정성과 안정성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조코위 대통령은 최근 각료 회의에서 중국을 빠져나온 기업들이 인도네시아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모두 베트남으로 가고 있다고 구체적인 수치까지 들어가며 각료들을 질책했다. 이후 투자 유치를 위한 공무원의 자세에 대해 항목별로 발표하기도 했다.
-역대 정부에선 모두 실패한 수도 이전을 공식화했다. 의구심이 여전하지만 한국도 기회가 된다면 참여하길 원한다.
“수도 이전은 아주 큰 일이고 어려운 일이다. 또 많은 예산이 필요한 일인데 예산 확보에 애를 먹는 것도 사실이다. 현재 필요한 예산 중 20%만 확보돼 있고 80%는 개별 민간 투자를 받아야 한다. 스마트시티를 표방하는 새로운 수도 건설에 이미 많은 나라와 민간 투자자들이 도시행정, 대중교통, 공공건물 건설 등 각 분야에서 동참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한국에 온전히 열려 있다. 동부칼리만탄(수도 이전 부지)으로 언제든지 오라.”
이번 조코위 대통령의 방한을 통해 한국과 인도네시아 정부는 ‘신 수도 개발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예정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친하다고 알려졌는데, 둘 사이의 일화가 있나.
“문재인 대통령이 인도네시아를 방문했을 때(2017년 11월) 몰과 시장을 함께 둘러보았고, 제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2018년 9월)는 동대문시장을 함께 갔다. (자신의 옷을 만지며) 문 대통령이 동대문시장에서 모델처럼 느껴지는 근사한, 아주 좋은 옷을 사줬다(웃음). 당시 한국 국민들과 문 대통령 사이가 친밀하고 가깝게 느껴졌다. 저 역시 개인적으로 한국이 가깝게 느껴진다. (양팔을 들어 둥글게 만들어 보이며) 영부인끼리 아주 가깝다. 문 대통령과 인도네시아는 아주 가깝고 친밀한 관계가 되었다. 다시 만나면 기쁜 마음이 우러날 것 같다. (다음 질문에 끼어들며) 문 대통령은 개인적으로 저의 가장 친한 친구다. 그는 아주 성실하고 정직한 사람이다.”
-(조코위) 대통령의 제안에도 불구하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부산 방문이 무산됐다. 남북 관계 개선에 대한 의견은.
“인도네시아 국민과 정부, 그리고 저는 남북이 긴밀하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길 바란다. 지난해 아시안게임(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때 남북의 친밀한 관계를 보면서 기뻤다. 인도네시아는 남북이 대화를 지속적으로 이어가면서 서로를 더 믿고, 더 존중하고, 더 알아가고, 더 이해하며 나아가길 바란다. 남북은 한 나라, 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그곳에 평화와 안정이 깃들길 소망한다. 인도네시아는 남북이 하나되는 길에 무슨 일이든 도울 준비가 돼있다. 단 인도네시아는 북한과 좋은 관계를 가지고 있지만, 한국과 더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최대 정적인 프라보워 수비안토 그린드라당 총재를 직접 국방장관으로 기용했다. 보기 드문 협치를 실행한 이유는.
“(‘프라보워’ 이름이 나오자 순간 조코위 대통령과 배석자들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만큼 마음고생이 심했다는 방증이다. 질문을 다 듣고 요지를 파악하자 모두 안심한 듯 웃었고, 조코위 대통령이 답을 시작했다.) 정치 안정과 평화 추구가 인도네시아의 미래를 위해 저에겐 가장 중요하다. 하루라도 빨리 인도네시아가 정치적으로 안정이 되길 원했다. 한 걸음 한 걸음 우리가 하나 돼 나아가면 인도네시아의 미래를 함께 볼 것이다.”
지난 4월 17일 인도네시아 대선 이후 야권 후보였던 프라보워는 대선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헌법재판소에 불복 소송을 제기했다. 자카르타 도심 등에선 대규모 대선 불복 시위가 벌어져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조코위 대통령은 대선에서 두 번이나 맞붙은 자신의 최대 정적을 일부 우려에도 불구하고 2기 내각에 끌어안았다.
-어떤 대통령으로 기억되고 싶나.
“저의 임무는 국민의 번영과 발전을 위해 힘쓰는 것이고, 그 평가는 국민이 할 것이다. 저의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계속 힘써 일할 것이다. 국민을 위해 일한 대통령으로 기억되고 싶다.”
-대한민국 국민에게 하고 싶은 말은.
“저는 한국을 좋아합니다. 여러분들이 인도네시아에 많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날 조코위 대통령이 가장 힘주어 말한 단어는 “시압(siapㆍ준비돼 있다)”이다. 양국 경제 협력, 투자 유치, 남북 관계 지원 등에 언제든 나서겠다는 강한 의지로 읽힌다. 조코위 대통령은 “세 번째 손주를 얻어 축하한다”는 인터뷰 전 첫인사, “인도네시아를 위해 건강하게 오래 사시라”는 작별인사에도 파안대소했다.
조코위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만난 건 이번이 4번째다. 대선 유세가 열린 겔로라 붕 카르노(GBK) 스타디움(4월 14일)에선 지지자들의 휴대폰을 받아 인증 사진을 직접 찍어주던 친근한 모습, 아세안(ASEANㆍ동남아시아국가연합) 신(新)청사 개관식(8월 8일)에선 아세안의 공동 발전을 염원하는 연설, 재선 취임식 날(10월 20일)엔 뭔가 골몰하던 표정이 기억에 남았다. 이날 인터뷰에선 여유와 웃음이 넘쳤다.
가난한 판잣집 목수의 아들로 태어나 가구 사업을 일구고 세계 인구 4위 국가(2억7,000만명) 대통령의 자리에 두 번 오른, 무엇보다 한국을 사랑하는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앞으로 5년 더 일한다는 사실이 조코위 대통령 표현에 빗대 ‘한국의 행운’이길 기대한다.
자카르타=글ㆍ사진 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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