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단식에 돌입한 지 오늘로 6일째다. 황 대표는 지소미아 종료 철회, 공수처 포기, 선거법 철회 등 세 가지를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추운 날씨 속에 체력이 떨어지면서 24일 오후부터는 자리에 눕기 시작했다. 이날 이낙연 국무총리가 황 대표를 찾아가 건강 악화에 대한 우려의 뜻을 전했고 전날에는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방문해 “지소미아 문제가 잘 정리됐으니 단식을 풀어 달라”고 요청했으나 고집을 꺾지 않았다고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명분 없는 단식을 중단하라”며 한국당을 제외한 야당들과 협의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처리를 강행할 태세다.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 등 야 3당 대표들도 23일 장회 집회를 열고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에 협조하라”며 민주 한국 양당을 압박했다. 그러나 황 대표는 “시간이 지날수록 국민 속으로 다가가는 느낌”이라며 단식 투쟁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정한 선거법 자동부의 시한이 이틀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부ㆍ여당에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셈이다. 한국당 의원들도 24일 황 대표가 단식 농성 중인 청와대 앞에서 비상의원총회를 열고 선거법과 공수처법 처리를 막아내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제1야당 대표가 거리에서 단식 농성을 벌이는 상황이 안타깝긴 하나 보수 진영에서도 극한 투쟁에 공감하지 못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게 현실이다. 더욱이 황 대표 요구 조건 중 지소미아를 제외한 두 가지는 여야 4당이 국회법 절차에 따라 진행하는 것이다. 국회에서 협상과 타협으로 처리할 문제이지, 정부를 상대로 삭발이나 단식 같은 극한 투쟁을 벌인다고 해결될 성질이 아니다.
황 대표 주장대로 국가가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이라면, 제도 정치의 틀 안에서 비판할 것은 비판하면서 합리적인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게 책임 있는 야당의 자세일 것이다. 다음달 9일 정기국회 종료 이전에 선거법과 공수처법이 차례로 본회의에 부의될 예정이다. 청와대 앞에서 억지를 부릴 게 아니라 법안이 논의될 국회에서 풀어야 한다. 황 대표는 당장 국회로 돌아가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한국당의 입장을 반영하는 정치력을 발휘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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