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오른 선거법 개정안 부의가 임박한 24일 자유한국당은 청와대 앞 야외에서 비상 의원총회를 열어 대책을 논의하는 등 극한 ‘저지 투쟁의 연속’을 예고했다.
이날 오후 한국당은 황교안 대표가 단식 농성 중인 청와대 분수대 인근에서 의원 총회를 개최하고 패스트트랙 법안 통과 저지를 다짐했다. 오후 내내 비가 내렸지만 60명 이상의 의원들은 우비를 입은 채 자리를 지키며 비장한 각오를 보였다. ‘빗 속 의총’은 단식 닷새째에 접어든 황 대표가 총회에 함께 하면서 분위기가 더욱 고조됐다. 황 대표는 나경원 원내대표가 발언을 마치기까지 약 10분가량 천막에서 총회에 동참하다가 급격히 상태가 악화하면서 청와대 사랑채 인근에 별도 마련한 농성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날 총회를 주재한 나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권의 장기 집권 음모를 위한 패스트트랙 법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그리고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절대 저지하는 것이 한국당이 20대 국회에서 해야 할 마지막 책무”라며 “한편으로는 협상의 끈, 한편으로는 우리의 강력한 힘을 보이는 저지 투쟁으로 이 음모를 반드시 분쇄하겠다”고 말했다. ‘저지 투쟁’을 예고하면서도 일말의 협상 가능성은 열어둔 것이다. 방미 길에 올랐다 전날 귀국 직후 황 대표의 농성장을 찾은 나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도 “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법을 ‘절차 위반’이라고 지적해도 민주당은 상관없이 (처리)하겠다고 해 협상을 계속해야 할 것 같다”고 여지를 남겼다.
하지만 한국당은 일단 이날 의총에서 황 대표가 27일과 내달 3일 각 국회 본회의에 부의되는 선거제ㆍ사법개혁 법안의 철회를 단식 해제 조건으로 내세운 만큼 사실상 ‘협상은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한국당이 협상을 거부한 채 장외 투쟁만 한다는 비판을 의식해 나 원내대표가 협상 여지를 열어두긴 했으나, ‘비례대표 의석을 대거 늘려 군소정당에게 유리해 지는 선거제 개혁은 절대 불가’하다는 당 지도부의 입장을 거듭 고수한 것이다.
한 중진 의원은 본보에 “법안 통과 시 의원직 총사퇴를 해야 한단 주장이 아직 당 내에서 나오는데 (원내 지도부가) 어정쩡하게 타협하는 모습을 보여주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때문에 3일 부의 이후 법안이 상정되면 한국당 의원들의 필리버스터(의사진행 방해)를 통해 표결을 막는 방안도 유력하게 거론된다. 황 대표도 단식 이후 침묵을 유지하고 있지만 나 원내대표로부터 이런 전략을 틈틈이 보고받고 있는 상황이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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