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국회 본회의 자동부의… 한국당, 필리버스터 카드 꺼내면 표결 못하고 사태 장기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이하 패트)에 올라탄 선거법 개정안이 오는 27일 국회 본회의에 자동 부의될 예정인 가운데 여의도에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고위공직자부패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법안 등의 본회의 부의(다음달 3일)도 약 1주일을 남겨뒀다. 부의는 언제든 안건을 상정해 표결할 수 있는 상태가 됐음을 의미한다. 올 4월 ‘동물국회’를 촉발한 두 패트 법안의 본회의 처리 수순이 가시화된 것이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단식으로 ‘패트 저지’ 배수진을 쳤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한국당과의 협상을 시도하는 한편, ‘야3당+1’(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대안신당)과 공조 대오를 유지하며 한국당을 향한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 와중에 한국당 일각에선 ‘패트 저지’를 위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카드가 언급되면서 향후 정국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현재 패트에 오른 법안은 선거법 개정안, 공수처 법안 2건(백혜련 민주당 의원안·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안), 검경수사권 조정을 위한 형사소송법 개정안, 검찰청법 개정안 등 5건이다. 부의 날짜는 다르지만, 문희상 국회의장은 이들 모두를 12월 3일 이후 같은 날 상정 및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문 의장은 또 “합의가 최선이지만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국회를 멈출 수는 없다”며 합의안 마련을 촉구해왔다. 여야에 남겨진 시간이 약 1주일에 불과한 셈이다.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을 위해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와 함께 방미길에 올랐다 24일 귀국한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아 3당 원내대표들이 집중적이고 심화된 협상과 합의를 도출해야 하는데, 황 대표의 단식 농성 장기화가 협상의 걸림돌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때로는 담판, 양보하면서 합의 도출을 시도할 수 있도록 물꼬를 터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가동해야 할 협상 테이블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법안 통과를 담보하기 위해선 ‘야3당+1’의 이해관계를 꿰맞춰 공조를 복원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바른미래당, 평화당, 대안신당 등 호남계 의원들이 지역 의석수 축소에 우려를 표하는 만큼 공통분모를 찾아 합의안을 마련하고 표 단속에 나서야 할 입장이다. 상황이 복잡하게 돌아가면서, 민주당 일각에선 보다 절실한 공수처 법안 합의를 우선 추진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됐지만, 정의당, 민주당, 바른미래당의 견제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우여곡절 끝에 원안이 상정되거나, 표결 직전 의원 30명의 동의를 받은 수정동의안이 추가 상정되더라도, 변수는 여전히 많다. 한국당이 표결 저지를 위한 필리버스터 카드를 꺼내 정기국회 회기 마지막날(12월 10일)까지 이어갈 경우 사태가 장기화되는 탓이다. 본회의 안건에 대한 무제한 토론은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99명)의 서명이 있을 때 시작할 수 있고, 종료를 위해선 재적의원 5분의 3(177명) 이상 찬성이 요구된다. 범여권이 177표를 만들기는 어렵다.
이 경우 해당법안의 표결은 다음 임시국회에서 이뤄진다. 한국당이 얻을 실익은 많지는 않은 셈이다. 다만 이론상 같은 무제한토론 시도를 남은 법안 숫자만큼 하며 지연상태를 거듭 노리는 것도 가능은 하다. 국회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가장 먼저 상정될 선거법은 표결 자체를 막을 방법은 없다는 가정 하에 각 당이 합의에 임하고 있을 것”이라면서도 “수도권과 영남 의원들의 이해관계가 완전히 다른 한국당 사정을 포함해 각 주체들의 이해관계가 워낙 첨예해 협상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전했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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