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ㆍ당뇨병ㆍ가족력 등 있는40대 이상은 정기적 검진 필수
두통이나 어지럼증이 생기면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 쉽다. 그러나 평소 느끼지 못했던 두통은 뇌혈관 벽이 풍선처럼 부풀어오르는 뇌동맥류(腦動脈瘤)가 파열되는 전조증상일 수 있다.
‘머릿속 시한폭탄’으로 불리는 뇌동맥류는 특히 온도가 낮아지고 일교차가 들쭉날쭉하면 혈압 변동폭이 커져 파열 위험성이 커진다. 뇌출혈이 되면 병원 도착 전(15%)과 치료 도중(28%)에 목숨을 잃을 정도로 치명적이다. 하지만 뇌동맥류는 평소 특별한 증상이 없어 알아채기 어려워 건강검진 등을 통해 대부분 발견된다.
◇특별한 증상 없어 알기 어려워
뇌동맥류는 뇌혈관 벽이 부풀어 혈관 외부로 비정상적인 공간(꽈리)이 생기는 병이다. 볼록하게 부풀어 오른 혈관 부위의 지름이 6~7㎜ 정도로 크고, 모양이 울퉁불퉁할수록 뇌동맥류가 파열되기 쉽다. 최근 뇌동맥류 환자는 2014년 5만529명에서 2018년 9만8,166명으로 5년 새 94%나 늘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발병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고준석 강동경희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혈관벽 내에 미세한 균열이 생겨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선천적인 혈관벽 질환, 혈관 손상을 일으키는 대사질환 및 생활습관(특히 고혈압과 흡연) 등이 위험인자로 보고되고 있다”고 했다.
뇌동맥류는 비파열성 뇌동맥류와 파열성 뇌동맥류로 구분된다. 비파열성 뇌동맥류는 건강검진 등을 통해 터지지 않은 채로 발견된 동맥류다. 파열성 뇌동맥류는 말 그대로 터진 뇌동맥류를 지칭한다. 같은 질병이라도 환자 예후(豫後)에 차이가 매우 크다. 비파열성 뇌동맥류는 전조증상 없이 검진 등으로 발견되므로 환자 나이·건강 상태·동맥류의 위치 모양 크기 등을 고려해 치료를 결정한다.
파열성 뇌동맥류는 지주막하 출혈이 발생하면서 머리를 둔기로 맞은 것 같은 격심한 두통·경부 강직(뒷목이 뻣뻣함)·구역질·구토·뇌신경 마비·의식 소실 등이 나타난다. 지주막하 출혈은 혈액이 뇌와 두개골 사이의 지주막(뇌를 감싸고 있는 뇌막 가운데 가장 바깥의 경막과 가장 안쪽의 연막 사이에 있는 막) 아래 공간으로 스며드는 것을 말한다. 지주막하 출혈이 되면 두개강 내압(머릿속 압력)이 혈압보다 높아지면서 뇌로 피가 공급되지 않아 30%가량이 목숨을 잃는다. 특히 파열성 뇌동맥류는 재출혈로 인한 사망률이 70~90%나 된다. 뇌가 영구적으로 손상돼 언어·운동장애 등이 생길 수 있어 수술해야 한다. 합병증 예방을 위한 약물치료도 병행해야 한다.
뇌동맥류 파열은 혈압에 영향을 주는 고혈압·당뇨병·이상지질혈증 등이 위험인자가 될 수 있다. 음주·비만·흡연 등 잘못된 생활습관도 혈압을 올릴 수 있기에 바꿔야 한다. 또한 갑자기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힘을 줘 대변을 보는 등 혈압을 높이는 행동도 뇌동맥류 파열 위험을 높인다. 같은 이유로 격렬한 운동·기침 등도 위험인자가 될 수 있다.
◇40대 이상인 고혈압 환자, 뇌혈관 정기 검사해야
뇌동맥류 파열을 막으려면 정기 검진을 통한 조기 발견과 치료가 필수다. 고준석 교수는 “뚜렷한 증상이 없더라도 고혈압 등 혈압과 연관된 질환, 뇌동맥류 가족력 등이 있다면 정기검진을 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김태곤 분당차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40대 이상이고 고혈압이 있거나 담배를 피우고 있다면 뇌혈관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했다.
검사는 주로 뇌혈관 컴퓨터단층촬영(CTA), 뇌혈관 자기공명영상(MRA), 뇌혈관조영술 등이 있다. 파열 전 증상으로 둔기로 맞은 듯한 극심한 두통, 뒷목이 뻣뻣해지는 증상, 구토 등이 있을 수 있다. 심하면 전신 마비·의식소실·호흡마비 등이 나타난다. 따라서 한 번도 겪지 못한 심한 두통 등이 있다면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드물지만 감기증상처럼 가벼운 두통이 며칠간 지속될 수도 있다.
뇌동맥류를 파열 전에 발견해 치료하면 95% 이상에서 좋은 결과가 나온다. 치료는 주로 ‘클립결찰술’과 ‘코일색전술’로 이뤄진다. 클립결찰술은 이마 부위 두개골을 열고 클립 같은 고정 핀으로 부풀어 오른 뇌동맥류를 졸라매는 수술법이다.
코일색전술은 머리를 절개하지 않고 사타구니의 대퇴동맥을 통해 뇌동맥에 가느다란 도관(카테터)을 넣은 뒤 뇌동맥류 내부를 백금 등으로 만들어진 특수 코일로 채워 막는 방식이다. 뇌수술이 어렵거나 직접 수술 위험성이 큰 환자에게 적합하다.
장경술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뇌동맥류 위험군이라면 정기 검진을 통해 뇌동맥류 및 뇌질환 발생 전에 치료해야 한다”며 “특히 심한 두통을 경험한 사람은 반드시 신경외과 전문의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했다. 장 교수는 “특히 가족력이 있다면 30대 이후엔 꾸준히 CTA 검사로 뇌동맥류 여부를 미리 파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뇌동맥류 예방법]
1. 주당 5회, 30분 이상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
-활동적인 사람은 고혈압 발병률이 낮으며 운동은 혈압강하 효과를 가져온다. 심장병이나 위험인자가 있는 경우 운동 전 주치의와 꼭 상의해 운동량을 결정해야 한다.
2. 금연만이 답
-흡연은 혈압과 맥박을 동시에 높인다. 혈압이 조절돼도 흡연은 심뇌혈관질환의 강력한 위험인자이자 발암물질이므로 금연해야 한다. 필요하면 주치의와 상의해 저용량 니코틴이 든 금연보조제를 활용해도 좋다.
3. 주 2회 맥주 1병 이하로 절주
-과음은 혈압을 높이고 고혈압약 효과를 방해하며 뇌졸중 위험을 높인다.
4. 체중 감량
-권장 체질량지수(BMI)는 25kg/㎡ 이하로, 허리둘레는 남성의 경우 35.4인치, 여성은 31.5인치 이하를 권장한다. 체중감량은 혈압강하 효과는 물론 만성질환에 의한 사망률 감소와도 연관이 깊다.
5. 저염식
-소금섭취를 줄이면 혈압강하 효과는 물론 소금배설을 위한 이뇨제를 복용하지 않아도 된다. 이는 칼륨ㆍ칼슘 소실을 막아 골다공증ㆍ요로결석을 예방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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