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 판결문에서 사실로 인정
이른바 ‘별장 성접대’ 의혹으로 기소됐던 김학의(61) 전 법무부 차관이 1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법원은 동영상에 나오는 인물로 김 전 차관을 지목하고 성접대 사실 자체를 인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정계선)는 검찰이 제출한 사진과 동영상 증거에 등장하는 인물이 김 전 차관이라고 판단한 경위를 판결문에 자세히 적시했다. 검찰이 성접대와 관련된 증거로 자료는 2016년 11월13일 건설업자 윤중천이 서울 역삼동 오피스텔에서 촬영한 사진과 원주 별장에서 촬영한 동영상 두 가지다. 김 전 차관은 이 가운데 역삼동 사진은 “가르마 모양이 다르고 당시에 자택에 있었다”며 성접대 사실을 입증할 자료로 충분치 않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김 전 차관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얼굴형, 이목구비, 가르마 방향을 제외한 머리모양, 안경 등이 매우 유사하고 합성 등 인위적 조작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특히 가르마 방향에 대해 “당시 윤중천이 사용하던 휴대전화는 사진을 상하좌우 대칭으로 저장하는 기능이 있고, 압수되기 전까지 여러 번 다른 매체에 저장돼 의도적이든 비의도적이든 얼마든지 좌우반전이 될 수 있다”며 김 전 차관의 주장을 일축했다. 사진 촬영 당시 자택에 있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관용차 운행일지 내용이 객관적 사실에 배치되는 경우가 다수 발견돼, 운행일지만으로는 피고인이 자택에 있었다고 보기 힘들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또 역삼동에서 촬영된 사진 속 인물이 이른바 ‘원주별장 동영상’에 등장하는 남성과 동일인으로 판단했다. 역삼동 사진 파일이 김 전 차관의 이름을 딴 별장 동영상과 같은 CD에 저장돼 있었고 동영상에 등장하는 남성의 가르마 방향이 김 전 차관과 동일하다는 게 판단의 근거였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김 전 차관이 역삼동 사진에 등장하는 여성의 성접대를 받았다고 봤다. 사진 속 여성 A씨는 김 전 차관의 제3자 뇌물 혐의와 관련해 1억원의 채무를 면제받는 '이득'을 얻은 것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재판부는 “윤씨가 A씨의 채무를 완전히 면제해준 것으로 볼 수 없다”면서 김 전 차관의 뇌물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했지만, 성접대와 관련해서는 "김 전 차관이 2006년 10월부터 2007년까지 A씨와 지속해서 성관계나 성적 접촉을 가질 기회를 윤중천 씨에게 받은 사실"은 인정했다.
윤주영 기자 ro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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