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지시ㆍ매출관리 등 위장도급 정황… 저성과자 계약 해지 유도까지
렌터카 기반 차량 호출업체 타다가 인력공급업체(협력업체)와 도급계약을 맺은 개인사업자인 드라이버에게 업무지시를 내리고 이들의 매출을 관리하는 등 ‘위장도급’을 저지른 정황이 드러났다. 타다는 드라이버의 시간당 평균 매출을 비교해 협력업체가 저성과자의 계약 해지를 유도하는 등 직접 관리를 하고 있었다. 타다의 불법파견을 둘러싼 의혹은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25일 이정미 정의당 의원실과 타다 협력업체 관계자 등에 따르면, 타다는 지난달 기준 30여개 협력업체와 계약을 맺고 드라이버 수천명을 공급 받고 있다. 타다가 협력업체와 작성한 ‘임차인 알선 및 운전용역 제공 계약서’를 보면, 협력업체는 차량운행 시간당 1만1,000원의 대금을 타다로부터 받아 1만원을 드라이버에 지급하고 있다. 계약서에는 “‘쏘카(타다 운영사 VCNC의 모회사)’가 알선 관련 연락조정을 하고, 협력업체가 대리해 개별 운전용역계약을 접수ㆍ처리하며 운전기사를 관리한다”고 명시돼 있다.
외형상 협력(도급) 업체가 드라이버를 관리하도록 돼있는 계약이지만 실제로 타다 협력업체들은 드라이버 관리의 자율성을 전혀 보장받지 못하고 있었다. 한 협력업체 관계자는 “타다 앱(애플리케이션)이 사실상 드라이버를 지휘ㆍ감독하고 있고, 타다가 메신저 등으로 보내는 지시사항을 그대로 드라이버에 전달해야 해서 하루 종일 컴퓨터 앞을 떠날 수가 없다”고 전했다.
타다는 또 각종 데이터를 바탕으로 ‘저성과 드라이버’ 솎아내고 있었다. 타다가 지난 4일 협력업체에 공지한 ‘이용자-드라이버 평가’ 내용을 보면, 개별 드라이버의 △이용자 별점 △저성과 일수 △ 시간당 평균 매출 △같은 조 평균 매출 및 편차 △평균 운행 건수 △휴식 중 평균 이동거리(미터) 등에 대한 2주 단위, 월별 통계 등을 각각 구글 스프레드시트를 이용해 작성, 협력업체에 제공하고 있었다. 타다 측은 각각의 항목을 종합해 드라이버들을 최우수자(가칭ㆍ초록색), 우수자(주황색), 경고 대상자(붉은색) 등으로 분류했다. 한 협력업체 관계자는 “매출이 낮은 드라이버의 명단을 (타다 측이) 정리해서 주면, 그것을 보고 드라이버와 계약해지를 하라는 식”이라며 “협력업체별 실적도 비교해 압박하기 때문에 저성과자를 많이 데리고 있을수록 불리한 구조라 결국 계약을 해지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았다.
타다는 드라이버가 승객의 행선지를 선택해 태울 수 없는 ‘강제배차’ 시스템이다. 그럼에도 드라이버들은 ‘콜 수신’ 경쟁에 시달리고 있었다. 7개월간 타다 드라이버로 일한 김경수(가명ㆍ43)씨는 “좋은 평가를 받으려면 이용자의 별점도 중요하지만 ‘콜’ 숫자를 늘려야 해 과속 딱지를 뗄 위험이 있더라도 속도를 내 목적지로 갔다”며 “특히 콜을 제때 받지 못하면 감점이 커 화장실을 갈 때도 (타다의 지시를 확인할 수 있는)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프리랜서 드라이버도 근로자처럼 ‘노무관리’를 받는다. 하지만 근로기준법과 노동관계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 채 일방적 계약해지, 즉 사실상 해고의 위험에 처해 있다. 타다가 공급물량(배차 대수, 시간)을 줄이면 고용조정이 가능한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실제 타다는 지난달 배차 차량 및 운행시간 감축에 맞춰 기사의 근무시간을 조정하고 인원도 감축할 것을 공지했다. 타다 협력업체 관계자는 “타다가 공급 물량을 줄이면 드라이버의 근무 시간과 소득도 줄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떠난 드라이버도 있고, 저성과자 위주로 계약을 해지했다”며 “공급 물량이 줄어 최근 드라이버를 절반으로 줄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사정 때문에 노동계에서는 타다가 위장도급(불법파견) 형태로 프리랜서 기사를 고용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고용부는 지난 5월 택시업계의 진정을 접수한 뒤 6개월째 타다의 파견법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이다. 이정미 의원실 관계자는 “타다가 신산업이라 하더라도 노동법 사각지대를 이용해 일방적인 정리해고가 이뤄지는 상황”이라며 “고용부가 파견법 위반 여부를 신속히 판단해 노동기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타다 측은 혁신 서비스를 기존 틀(파견법)에 맞춰 제재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은 “(불법파견 판단은) 플랫폼 기업들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하는 지휘ㆍ명령을 전통적인 기업의 지휘ㆍ명령과 어떻게 비교ㆍ해석하느냐가 관건”이라며 “개별 플랫폼 기업의 노동자성 인정 문제와 별개로 플랫폼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사회안전망 확대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타다가 드라이버의 ‘품질 관리’를 이유로 협력업체에 불공정 계약을 강요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타다가 지난 4월 협력업체와 맺은 ‘상생협력을 위한 부속 합의서’를 보면 타다는 ‘(협력업체는) 계약 종료 1년간 운전용역 제공 계약을 체결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기로 합의’를 요구했다. 한 협력업체 관계자는 “카카오 등이 모빌리티 시장에 신규 진입하면서 경쟁업체가 늘어나자 ‘협력업체 단속’에 나선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타다 측은 “타다의 사업모델을 그대로 본 뜬 계약을 제한한 것이며 관계법령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한정해 적용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새로운 시장이 형성될 때 업체들이 과잉경쟁을 하면서 품질 제고와 인력 확보를 위해 하청업체에 불공정 계약이나 거래를 강요하는 경우가 있다”며 “불공정 거래에 대한 제재는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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