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동제 비례제를 도입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 대상 안건) 절차에 따라 27일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다. 이 법안이 언제든지 적법하게 상정되고 표결로 처리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논란은 뜨겁고 앞길은 안갯속이다. 더불어민주당 등 패스트트랙을 주도한 4당은 21대 총선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는 내달 17일까지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자유한국당은 황교안 대표의 단식을 통해 결사항전을 선언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26일 황 대표의 단식 중단을 촉구한 뒤 “지금은 여야 모든 지도자들이 고도의 정치력을 발휘할 때”라며 1주일간의 집중 협상을 제안했다. “민주당은 작은 접점이라도 찾기 위해 야당과 진심을 갖고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쟁점 법안이 패스트트랙에 오른 4월 이후 여야 정치 지형이 크게 바뀌고 황 대표의 단식이 길어지고 있는 만큼 열린 마음으로 어떤 대안도 고려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 민주당은 일부 야당의 반발로 원안인 ‘준연동제 방식의 지역구 225석+비례대표 75석’ 개편안 통과가 어렵다고 보고 지역구 축소 최소화 방안을 다양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5일 의총에서도 한국당을 배제한 선거법 강행 처리는 엄청난 후폭풍에 휘말릴 수 있고 야당에 투쟁 명분만 준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한국당의 속도 편하지 않을 것이다. 황 대표의 단식으로 연동제 선거법 등 패스트트랙 법안에 일단 제동을 걸었지만, 표의 비례성과 대표성 강화를 내세운 이 법안을 나머지 여야 4당이 밀어붙일 경우 마땅한 대응책이 없기 때문이다. 필리버스터, 의원직 총사퇴 등의 극약 처방이 거론되나 패스트트랙의 취지를 부인하고 협상 자체를 거부하는 행태는 지지를 얻기 어렵다.
27일로 8일째인 황 대표의 단식은 우려할 일이다. 그러나 폭력이 난무하는 동물국회를 막자고 짜낸 지혜가 패스트트랙이다. 그것을 막겠다며 대안적 협상마저 차단하는 것은 또다른 폭력이다. 황 대표가 어떤 ‘소명’을 받았는지는 모르나, 지금은 자유ㆍ민주 운운하는 단식보다 정치개혁 대의에 걸맞은 책임있는 결단이 더 중요한 시기다. 위기와 기회를 잘 분별하는 것이 진정한 정치지도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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