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법이 정한 패스트트랙(신속처리 대상 안건)으로 지정돼 정해진 기간을 모두 채운 ‘유치원 3법’(사립학교법ㆍ유아교육법ㆍ학교급식법 개정안)이 29일 본회의에 자동 상정된다. 지난해 12월 자유한국당이 퇴장한 가운데 신속처리 안건에 오른 지 11개월 만이다. 내년 상반기부터 개정된 법규를 적용하려면 시간이 촉박한 만큼 여야는 이번 본회의에서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
유치원 3법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폭로로 드러난 사립유치원 회계 비리를 바로잡기 위해 추진됐다. 설립자나 원장이 유치원 예산을 교육 이외 목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예방ㆍ처벌 조항을 담았다. 하지만 한국당은 사유재산 보장 등 핵심 쟁점에 대한 이견을 내세워 강력히 반대했고, 바른미래당이 마련한 중재안도 거부했다. 이 때문에 신속처리 안건 지정 후에도 상임위인 교육위와 법사위에서 단 한 차례도 논의되지 못했다.
한국당이 본회의 처리가 임박하자 뒤늦게 수정안을 들고 나온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줄곧 요구해 온 정부의 시설사용료 지급을 법안에 반영하라는 주장이다. 한국당이 270일간의 숙려기간 동안 논의 자체에 응하지 않다가 느닷없이 수정안을 내놓는 것은 전형적인 시간 끌기다. 사립유치원에 시설사용료를 지급할 경우 사립 초ㆍ중ㆍ고교와의 형평성에서 어긋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모를 리 없다. 무엇보다 소득세와 취득세 등 각종 세금에서 상당한 면제 혜택을 받고 있는 마당에 설립자 투자분까지 보장해 달라는 것은 지나친 주장이다.
유치원 3법에 대해 한국당을 제외한 다른 정당은 대부분 찬성 입장을 밝히고 있다. 물론 모든 정당과 협의를 거쳐 처리하는 게 바람직하나 한국당이 터무니없는 사유로 반대를 계속한다면 표결처리가 불가피하다. 처리를 미룰 경우 한유총이 내년 총선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지난 7월 헌법재판소 결정대로 사립유치원 운영에서 공공성이 담보되도록 국가가 관여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이번에도 유치원 3법을 처리하지 못하면 국민적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여야 모두 엄중하게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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