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기술(ICT)과 금융이 만나 서비스를 한 단계 도약시킬 수 있는 금융기술(핀테크)의 중요 관문인 인터넷은행특례법 개정안이 국회의 첫 번째 문턱을 넘었다. 이에 따라 포털 게임 유통 등 다양한 분야 기업들이 인터넷은행 진출을 적극 검토할 전망이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 1소위를 통과한 인터넷은행특례법 개정안이 29일까지 열리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법사위를 통과해 다음달 초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되면 다양한 분야 기업들이 인터넷은행에 진출할 수 있는 물꼬가 트이게 된다.
정무위는 개정안에서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이 있으면 대주주가 될 수 없도록 한 조항을 삭제했다. 이렇게 되면 그 동안 해당 조항 때문에 사업을 꺼렸던 여러 분야의 업체들이 4기 인터넷은행 사업 참여를 다시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적인 곳이 네이버다. 네이버는 동남아 각지에 라인파이낸셜을 설립해 현지 은행, 통신업체들과 손잡고 인터넷은행을 준비했다. 일본에서는 라인파이낸셜이 미즈호은행과 손잡고 인터넷은행인 라인뱅크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대만에서도 4개 현지은행, 타이완모바일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지난 7월 인터넷은행 인가를 취득했다. 또 태국에서는 카시콘은행과, 인도네시아에서는 KEB하나은행 현지법인과 함께 인터넷은행 사업을 본격화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과거 공정거래위원회 제재 전력 때문에 선뜻 나서지 못했다. 네이버페이 우선 결제를 유도한 것 등이 문제돼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 조치를 받았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네이버가 동영상 서비스 네이버TV를 다른 업체의 서비스보다 우선 노출했다며 과징금 부과를 검토중이다.
때문에 그 동안 네이버는 “과도한 규제 때문에 국내 인터넷은행 진출에 부정적”이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하지만 법이 개정되면 해외에서 하고 있는 핀테크 사업을 국내에서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게임업체 넥슨도 마찬가지다. 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신청 접수 때마다 유력하게 거론된 넥슨도 2012년 자회사인 넥슨모바일이 전자상거래법 위반에 따른 공정위 시정 명령을 받은 전력이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티맥스, 전자상거래업체인 인터파크, 위메프 등은 금융위원회가 지난 2월 개최한 인터넷은행 설명회에 참가했으나 정작 신청을 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금융산업과 무관한 공정위 규제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중 인터파크는 공정위로부터 수 차례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인터넷은행 특례법 개정안이 통과돼 여러 업체들이 뛰어들면 시장 경쟁을 촉발해 소비자들에게 유용한 서비스가 더 많이 등장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은행이 있지만 카카오뱅크 쏠림 현상이 심하다”며 “경쟁 인터넷은행이 더 늘어나야 서비스 개선이 이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인터넷은행을 급격히 늘리며 서비스 지역을 확대하는 아시아 국가들도 국내 핀테크 산업에 위협이 되고 있다. 이미 중국(4개), 일본(10개), 대만(3개), 인도네시아(3개) 등에 29개 인터넷은행이 있고, 내년 싱가포르(8개), 홍콩(8개) 등도 인터넷은행을 인가할 예정이어서 50개 인터넷은행들이 아시아에서 서비스 경쟁을 펼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핀테크 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라도 추가 인터넷은행 설립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희천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그동안 은행들은 정부의 각종 규제에 힘입어 지나치게 보호됐는데 인터넷은행이 등장하면서 각종 수수료를 내려 국민들에게 도움이 됐다”며 “국가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라도 인터넷은행을 늘려 판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연진 IT전문기자 wolfpa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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