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 최악의 범죄조직으로 꼽히는 ‘멕시코 마약 카르텔’에 전쟁을 선포했다. 최근 마약 카르텔에 의한 미국인 일가족 몰살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이들의 범죄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고 보고 ‘테러단체’로 간주해 숨통을 끊겠다는 구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마약 거래와 인신매매를 일삼아 온 멕시코 마약 카르텔을 테러단체로 지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90일 동안 마약 카르텔 문제를 계속 연구했다”며 “테러단체 지정이 쉽지 않겠지만 반드시 이 과정을 거쳐야 하고 잘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아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에게 카르텔을 청소하는 방안을 제안한 사실을 공개하면서 “멕시코 대통령은 우리 제의를 거절했지만 언젠가 조치는 취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이미 강경 대응 방침을 예고했었다. 4일 멕시코 북부 국경지대에서 쌍둥이 영아를 포함, 미국 국적을 보유한 일가족 9명이 마약 카르텔 조직원으로 추정되는 괴한들의 무차별 총격으로 숨진 사건이 결정타가 됐다. 그는 참사 직후 트위터에 글을 올려 “멕시코 마약 카르텔을 지구상에서 쓸어버려야 할 시점”이라고 단언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법 체계가 적용되는 테러단체로 지정될 경우 3년째 미 국무부의 ‘테러지원국’ 명단에 올라온 북한에 준하는 각종 제재를 받게 된다. 핵심은 금융제재를 통한 자금줄 차단이다. 미 금융기관은 마약 카르텔과 연계된 금전 거래를 인지하는 즉시, 이를 차단하고 재무부에 통보해야 한다. 또 미 당국이 파악한 카르텔 조직원들의 입국이 금지되고 강제추방도 가능해진다. 미국인이 마약 카르텔을 지원하는 행위 역시 사법처리 대상이 된다.
미국의 강도 높은 제재 예고에 멕시코 정부도 사태 수습에 나섰다. 멕시코 외교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조직 범죄의 무기ㆍ자금 흐름을 다루는 양국 고위급 회담을 신속하게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마르셀로 에브라르도 멕시코 외교부 장관은 “미 국경 남쪽으로 밀반입되는 불법무기와 자금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CNN방송은 지난해 멕시코에서 3만3,000여 건의 살인사건이 발생했으며, 올해는 이 수치마저 뛰어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인명 피해 대다수는 마약 카르텔의 보복 공격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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