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교육부가 내놓은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의 핵심은 서울 지역 16개 대학의 정시비율을 2023학년도 입시 때까지 40%까지 끌어올리라는 것이다. 대상으로 지목된 대학들은 “정부 발표 내용을 잘 살펴 보겠다”며 한결 같이 입을 닫았다. 하지만 “대통령 한마디에 어떻게 이렇게 바뀔 수 있느냐”는 불만스러운 표정이 역력했다.
김성규 서울대 입학본부장은 “2020학년도 대입 전형이 끝나면 대학 차원에서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며 “교육부 지침이 있으니 교육 현장을 위해 중요한 게 뭔지 함께 고민하겠다”고만 말했다.
내부적으론 불만이다. 서울대는 지난 6월 12일 2022학년도 대학입학전형 예고를 발표했다. 신입생 3,171명 중 30.3%에 해당하는 960명을 정시로 뽑는다는 내용이다. 이 내용도 정시비율 30%에 맞추라는 교육부 권고에 따른 것이다. 불과 다섯달 만에 다시 10%포인트를 높여야 할 처지다. 한 서울대 본부 관계자는 “정부 지원금을 받는 입장에서 공식적으로 불만을 나타낼 수는 없다”면서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를 거치면서 여론이 나빠지고 대통령이 이를 의식한다고 해서 이렇게 급히 바꾸는 게 옳은 건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른 대학들도 마찬가지였다. 고려대 관계자는 “교육부에서 발표를 했으니 ‘정부 발표 내용을 잘 살펴보겠다’는 것 외에는 따로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고려대는 사정이 더 급하다. 내년 신입생 3,799명 중 658명을 정시로 뽑아서 정시 비중이 17%에 불과해 정시 비중을 급격히 끌어올려야 한다. 연세대도 “입시가 한창 진행 중이라 학교 공식 반응을 따로 내놓긴 어렵다”고만 밝혔다.
대학들은 모두 급하게 됐다. 한 대학의 입학처장은 “그간 교육부 말에 따라서 2022학년도까지 정시 비율을 30%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준비해왔는데 다시 이를 고쳐야 한다”며 “3~4%포인트 늘리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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