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2024학년도부터 학생부 비교과 대폭 축소
“내신 위력 커질라” “창의 활동 위축” 현장선 우려
교육부가 2024학년도 대학 입시부터 이른바 자동봉진(자율ㆍ동아리ㆍ봉사ㆍ진로활동)으로 대표되는 학생부 비교과영역을 사실상 폐지하기로 했다. 그 동안 교육부는 항목당 글자수를 줄이거나 대표적인 실적 한 가지만 쓰도록 하는 등 비교과영역의 영향력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학생부를 개선해 왔다. 하지만 학생부종합전형(학종) 공정성 시비가 끊이지 않자 아예 대입 자료로 사용하지 못 하도록 손을 본 것이다. 이 때부터 자기소개서도 폐지된다. 이럴 경우 현재 중학교 2학년부터는 고교 시절 봉사활동이나 수상경력 등이 없어도 대입 시 불이익을 받지 않게 된다.
28일 교육부가 발표한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방안에 따르면 2024학년도부터 학생부 내 대부분의 비교과 활동이 대입에 반영되지 않는다. 자율동아리와 봉사활동, 수상경력 등 그 동안 부모의 사회ㆍ경제적 배경이나 사교육 요인이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돼 온 항목들을 대입 평가자료에서 완전히 빼기로 한 것이다. 단 정규 동아리나 학교 계획에 따른 봉사활동 등 정규교육과정 내 비교과 영역은 폐지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부모의 사회적 지위를 교묘하게 작성하는 등 논란이 지속돼 온 자기소개서도 중3까지는 문항을 축소(3,100자)하고 중2부터는 아예 사라진다.
학생부 비교과영역의 대입 반영이 대폭 축소되면서 교육계 안팎에선 “학종이 무력화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교과 성적 외 다양한 체험활동 등을 통해 학생들의 개성과 잠재력을 확인한다는 학종의 도입 취지가 무색해진다는 지적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교육부의 이 같은 방침에 대해 “학생들의 자기주도적 학습과 다양한 교육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면서 “(대입 반영이 가능한)동아리와 봉사활동의 경우 학교 여건과 지역 인프라에 따라 격차만 발생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학종에서 비교과가 축소되면 내신 위주의 학생부 교과전형 비중이 높아질 것이란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정시 확대’와 맞물려 내신까지 강화될 경우 교실이 문제풀이(수능과 내신)식 수업으로 회귀할 것이란 우려도 존재한다. 서울의 한 사립고 교사 A씨는 “대학에서 비교과를 반영하지 않을 경우 학생들이 주도하는 창의적인 활동은 확실히 위축되는 반면 내신 등급 전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기에 자기소개서까지 폐지되면 학생을 선발하는 대학들 입장에선 면접을 강화할 소지도 크다. 홍기현 서울대 교육부총장도 지난달 국회 교육위원회 종합감사에서 학종에서 비교과영역이 축소될 경우 “대학에서 독자적으로 진행하는 면접을 강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무늬만 학종일 뿐 사실상 학생부교과전형에 가까워질 것”이라며 “대학에선 심층면접이 대폭 강화될 수도 있어 수험생들로선 교과성적과 면접 대비를 동시에 해야 하는 부담이 생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교육부는 교사가 학생들의 학습활동 내용과 수업과정 등을 학생부에 반영하는 ‘교과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세특)’ 기재를 필수화해 ‘학종 무력화’를 막겠다는 입장이다. 교사들이 학생들의 수업 참여도와 성취도를 다면적으로 평가하는 세특을 확대해 대학들이 이를 학생선발 자료로 활용할 수 있게끔 한다는 얘기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전국 2,345개 고교 중 학생 전원에 대해 세특(국영수)을 기재하는 학교는 현재 6.4~13.9%에 불과하다.
교육부는 내년까지 기재 표준안을 만들어 학교 현장에 보급하기로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생들이 고교 3년간 듣는 과목(40과목)들에 대한 세특을 500자씩만 기재해도 2만3,000자 정도의, 웬만한 석사논문 분량이 된다”며 “정규 교육과정 내에서 교사가 학생의 학교생활을 직접 보고 기록한 내용이 바탕이 되므로 학종의 공정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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