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시 뉴스서 수출 감소 다루며 “내년 회복” 전망
일본 “이 참에 수출 그만” vs 한국 “안 사고 안 가”
일본 공영방송 NHK가 한국의 일본 제품 불매운동으로 인한 수출 감소를 비중 있게 보도하며 “내년에는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하지만 우리나라뿐 아니라 일본 누리꾼조차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양국 국민간 감정의 골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29일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전날 방송한 NHK의 메인 뉴스 ‘뉴스워치9(ニュースウオッチ9)’의 불매운동 관련 보도가 확산되고 있다. 이 보도는 일본 재무성이 28일 발표한 10월 품목별 무역통계 중 한국 상대 맥주 수출실적이 ‘제로(0)’를 기록, 불매운동으로 충격적인 숫자를 기록했다는 해석을 담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인스턴트 라면도 지난해 10월 대비 수출액이 ‘제로’가 됐고, 청주와 소주 수출액도 전년 동기 대비 각기 98.7%, 91.6% 감소하는 등 불매운동이 다양한 식품과 음료의 수출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한국에서 일본으로 수출한 총액도 같은 기간 대비 12.2% 감소해 양국 관계 악화를 간접적으로 보여줬다.
NHK는 그럼에도 희망적인 분위기를 전하려고 시도했다. 방송에서 일본 식품 수출 엑스포에 참여한 일본 소규모 양조장 맥주 판매자는 “최근 한국 기업에서 수출 상담이 들어와 놀랐다”고 말했다. 보도 말미에는 무코야마 히데히코(向山英彦) 일본종합연구소 수석주임연구원이 “내년 초에는 호전될 것으로 본다”는 전망을 전했다.
이와 함께 NHK는 “한국에서 자국 업계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지나친 행동이라며 불매운동에 대한 반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으니 진정될 것”이라는 해석을 붙였다.
앵커들은 “한국 사람들이 ‘일본에 가고 싶은 마음은 있으나 적어도 올해는 자숙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적극적으로 보이콧하고 있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며 “연초에는 변화할 것이라 기대하고 싶다”는 취지로 마무리 발언을 했다.
그러나 일본 누리꾼조차 NHK의 보도 취지와는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방송에는 “앞으로도 한국에 대한 맥주 수출은 제로여도 좋다고 생각한다. 대만 및 동남아시아를 개척해 한국에는 두 번 다시 수출하지 말자. 불편해지는 건 한국 시민 뿐”(ru****), “마셔달라 부탁까지 하진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한다”(ki****)는 댓글이 달렸다. “한국 수출이 제로가 돼도 맥주회사 경영이 어렵다는 소리는 안 들린다”(un****)며 수출 감소에 큰 영향이 없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한국 온라인 게시판에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지속하겠다는 반응이 줄을 잇고 있다. 누리꾼은 대체로 “안 사고 안 간다”(티****), “불매운동은 이제 생활이다”(맥****), “먼저 공격하고 사이 좋게 지내자는 건 무슨 심보냐”(유****) 등 의견을 남겼다. NHK와 인터뷰한 시민을 두고는 “숨어있는 토착왜구거나 예의상으로 그렇게 말해준 것이지 평범한 국민들은 사고 싶은 마음 추호도 없다”(내****)는 해석이 나왔다.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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