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하나 이대서울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생식기가 화끈거리고 아파요. 여러 병원을 다녔지만 질염 말고는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하네요. 요즘에는 요도까지 아파요.” “잠자리할 때 너무 아파서…” “외음부가 꽉 끼는 옷을 입으면 눌려서 아프고 아랫배 쪽으로도 뻐근한데 소변을 보면 좀 덜하다가 다시 아파요.”
20~30대 여성이 요도나 생식기 통증으로 병원을 찾아 자주 호소하는 증상이다. 몇 개월이 아니라 몇 년간 치료해도 잘 낫지 않아 온갖 치료를 하다가 인터넷 카페에서 증상을 쳐 본 후 자가진단하고 병원을 찾기도 한다.
외음부와 요도 주변 점막에 원인을 알 수 없는 통증과 이상 감각이 있으면 ‘외음부질전정염’이라고 한다. 질전정(膣前庭)은 여성 외부생식기에 해당하며, 요도와 질 입구 사이에 위치한 점막으로 구성된 공간이다.
질전정에는 아주 미세한 분비샘이 있다. 여기서 나오는 분비액은 점막을 보호하고 성적으로 자극되면 윤활액 역할을 한다. 간혹 분비샘 출구가 막히면 고름집이 잡히듯이 낭종이 생기기도 한다. 낭종은 요도를 누르거나 자극해 성관계를 할 때 아프기도 하며 세균감염으로 농양이 차기도 한다. 눈에 뚜렷이 보일 정도라면 제거수술을 하는 게 원칙이다.
문제는 아무 것도 없는데 질전정 부위가 아플 때이다. 보이는 병변과 종양도 없는데 닿거나 닿지 않아도 아프다. 그 이유를 여러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우선 정말 아픈 곳이 없는데 심리적 이유로 통증이 생기는 심인성 통증일 수 있다. 몸은 정말로 희한해서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반복적인 압박감, 스트레스, 불안, 우울 등의 심리상태로 무의식적으로 통증이 머리 속에서 만들어져 가짜 통증을 만들기도 한다. 물론 가짜 통증이 만들어지는 과정에도 몸 안에서 아주 다양한 신경 전달물질이 복잡하게 일을 한다.
또 다른 이유로 문제가 실제로 있는 것이다. 기질적 원인이라고 한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현미경적 단위의 신경세포가 반복적인 자극에 노출돼 만성염증반응으로 신경염이 생기는 것이다. 조직을 면역 염색하면 만성염증세포와 통증을 유발하는 관련 물질이 아주 많이 나타난다.
또 방광·요도·괄약근·생식기의 감각과 운동을 제어하는 음부신경이 지나는 경로 어디선가 근육이 경직되거나 비틀어져 주변 조직에 눌리면 신경이 자극돼 통증이나 기능 이상이 생긴다. 간질성방광염이 있어도 요도나 질에 통증이 생길 수 있어 이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이처럼 통증은 다양한 원인으로 생겨 같은 부위가 아프다고 같은 질환이라고 진단할 수 없다. 더구나 통증이 몇 개월 이상 지속되는 만성통증은 오랜 통증으로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사회생활도 할 수 없어 우울증도 많이 동반된다. 반면 우울이나 불안장애, 스트레스 등이 심해지면 몸의 다른 곳으로 통증이나 압박감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 때문에 통증 치료와 함께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나 심리상담치료를 병행하면 통증을 관리하고 없애는 데 효율적이다.
따라서 만성통증 치료, 특히 비뇨생식기의 만성통증 치료는 약만 먹는다고 한 번에 다 낫기가 매우 어렵다. 잘못된 신경신호를 바로잡기 위해 오래 약을 먹어야 하고 수술이 필요하기도 한다. 이 모든 과정과 함께 병행해야 할 것이 심리적 요인을 비롯해 숨어 있는 다른 원인을 꾸준히 찾는 것이다.
외음부질전정염도 마찬가지다. 이름은 ‘xxxxxx염’으로 마치 감염인 것처럼 붙어있지만 실제는 세균감염이 아니라 만성염증반응 결과로 나타나는 병이다. 따라서 만성염증반응 원인을 찾거나 반응경로를 끊는 것이 치료의 기본 줄기다.
이를 치료하는데 가장 피해야 할 것이 전문가의 소견 없이 스스로 진단하는 것이다. 약을 꾸준히 먹어야 하지만 오래 먹으면 몸에 좋지 않을까 염려해 임의로 끊는 것이다. 만성통증은 몸에서 통증 스위치가 켜지는 지점이 상당히 낮아져 조금만 자극돼도 통증을 느끼기에 약을 먹다 말다 하면 오히려 통증 민감도만 낮아지고 약의 필요용량만 높이기에 주치의 관리를 꾸준히 받으면서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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