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정면 충돌 위기로 치닫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1일 국회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자유한국당의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신청으로 “공존의 정치, 협상의 정치가 종언을 고했다”며 “민생대개혁을 원하는 정당, 정치세력과 함께 최대한 신속하게 이 사태를 정리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당을 뺀 나머지 야당과 함께 선거법 공수처법 등을 예정대로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셈이다. 제1 야당과 합의 없이 ‘선거의 룰’을 고치려 한다는 비판을 의식해 패스트트랙 강행 명분을 쌓으려는 의도로도 풀이된다.
한국당도 물러설 뜻이 없어 보인다. ‘민식이법’ 등 199개 법안에 무더기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데 대해 ‘민생 발목 잡기’라는 비판이 쏟아지자 뒤늦게 5개 법안의 필리버스터만 보장하면 나머지 법을 처리하겠다고 한발 뺐지만 5개 법안이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고 있다. 정미경ㆍ신보라 최고위원이 패스트트랙 반대 단식을 이어가는 등 강공 모드도 지속 중이다.
2일은 513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이다. 3일에는 패스트트랙 법안이 본회의에 자동 부의되는데, 한국당이 필리버스터를 진행하면 정기국회가 끝나는 10일까지 표결 저지가 가능하다. 그러나 이후 임시국회를 열면 아무리 한국당이 반대를 해도 법안 처리를 막을 방법이 없다. 여당은 임시국회를 여러 차례 열어 선거법 개정안 등을 밀어붙일 태세다.
현재로선 여야가 선거법 개정안을 놓고 합의안을 도출할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 그렇다고 협상을 포기해선 안 된다.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가 이날 양당을 향해 “민식이법, 유치원 3법 등 민생 법안을 우선 처리하고 (패스트트랙 법안에 대해선) 앞으로 1주일간 마지막 끝장 협상을 통해 합의점을 찾아보자”고 제안한 것이 합리적이다. 199개 민생 법안 상당수가 한국당이 동의하거나 자체 발의한 법안이다. 자신들이 찬성했던 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하겠다는 건 자기 부정이자 의회정치 포기나 다름없다. 여당의 강경 맞대응도 능사는 아니다. 여야는 시급한 민생 법안과 예산안을 먼저 처리한 뒤 패스트트랙 협상을 이어가는 게 현실적인 돌파구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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