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사내하청 노동자 고(故) 김용균씨가 사망한 지 1년이 지났지만 노동자들은 사고의 배경인 ‘죽음의 외주화’가 여전하다고 외쳤다.
김용균 재단과 노동ㆍ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고 김용균 노동자 1주기 추모위원회’는 2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고 김용균 노동자의 원통하고 억울한 죽음을 계기로 죽음의 외주화를 끝내야 한다고 했지만 노동자들은 여전히 죽어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김씨는 지난해 12월 10일 새벽 태안화력발전소의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숨진 채 발견됐다. 규정상 2인 1조로 근무해야 했지만 김씨는 홀로 일하다 사고를 당했다. 규정이 지켜지지 않아 비상 상황에서 레버를 당겨 컨베이어 벨트 작동을 멈춰 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김씨가 숨진 뒤 정부는 2인 1조 근무, 설비 정지 뒤 작업, 석탄화력발전소 진상조사와 재발방지 대책 수립, 삭감 없는 노무비 지급 등의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추모위는 “정부가 발표한 대책은 전혀 이행되고 있지 않다”며 “고 김용균과의 약속조차 지키지 않으면서 산재사망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약속은 공염불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추모위는 김씨 사망을 계기로 국회에서 통과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역시 ‘김용균 없는 김용균 법’이 됐다고 비판했다. 김씨와 같은 발전소ㆍ지하철ㆍ철도ㆍ조선업 등은 도급 금지대상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추모위 관계자는 “최근 10년간 산재사망사고 1,468건에 대해 금고 이상의 형이 선고된 건 0.4%인 6건에 불과하다”며 “산재사망에 대해 엄격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추모위는 김씨 사망 1주기인 오는 10일까지를 추모주간으로 선포하고 문화제와 토론회, 촛불집회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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