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의혹’ 적극적 해명과는 달리 권력형 비리 논란엔 한마디 안 해
청와대의 ‘유재수 감찰 중단’ 및 ‘김기현 사건 하명 수사’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는 가운데, 두 사건의 ‘키맨’으로 지목되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무거운 침묵 속에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주요 정치 현안이나 자신을 향한 공세에 적극 대응하던 과거와는 사뭇 다른 태도다. 지난 10월 장관직을 내려놓은 이후 조 전 장관은 단 한 차례(11월 11일) 페이스북에 “재판을 통하여 진실이 가려지게 될 것이다. 진실이 밝혀지고 저의 명예가 회복되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고자 한다”(11월 11일)는 입장을 밝혔을 뿐이다.
두 가지 의혹 모두 조 전 장관이 이끌 당시의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깊이 연루돼 있다. 그런데도 그가 말을 아끼는 배경에 대한 해석은 다양하다. 우선 조 전 장관이 처한 상황이 달라졌다. 장관 후보자 시절 그는 장관직 수행을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을 위한 소명’으로 여겼다.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적극 반박해 조국 정국을 돌파하는 것을 ‘공적 임무’로 생각했다는 얘기다. 자연인으로 돌아간 조 전 장관이 정치적ㆍ법적 부담을 무릅쓰면서 목소리를 낼 이유는 별로 없다.
조 전 장관의 가족 비리 의혹은 결국 개인의 문제다. 청와대의 감찰 무마와 하명 수사 의혹은 차원이 다르다. 자칫 권력형 게이트로 비화할 수 있는 대형 사안이다. 조 전 장관의 부주의한 한 마디가 본인은 물론이고 문재인 정부에 타격을 입힐 수 있는 만큼, 극도로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두 가지 의혹들은 냄새만 무수히 피어 오르는 단계일 뿐, 아직 실체를 제대로 드러내지도 않았다. 조 전 장관은 가족 비위 관련 검찰 조사에서도 일관되게 진술거부권을 행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조 전 장관이 청와대와 ‘침묵의 보조’를 맞추는 것이라는 해석과, 반대로 청와대 핵심부의 정확한 기류나 검찰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해 불가피한 침묵을 택한 것이라는 관측이 엇갈린다. 정치권에선 ‘여권이 이번 사건을 조 전 장관 선에서 털고 가려고 할 것’이라는 설이 오르내리고 있다.
한 여권 인사는 “이번 의혹들과 관련해 조 전 장관에게 법적 책임이 있느냐, 이를 검찰이 입증할 수 있냐 여부와는 별개로 ‘친문(친문재인) 진영’ 전체를 향한 비판이 프레임이 이미 형성돼 있다”며 “조 전 장관이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 철학에 깊이 공감해온 인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섣부른 입장 표명 보다는 이를 조용히 지켜보는 게 당연하다”고 했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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