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금어기 끝난 연안 대게 본격 조업
“살이 꽉 찼네.”
3일 오전 9시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항 구룡포수협 위판장. 바닥에는 먹음직스런 대게가 가지런히 놓여있고 수십 명의 중매인들은 대게 상태를 꼼꼼히 살펴보고 있었다. 잠시 후 경매사가 ‘카랑카랑’ 종을 울리며 경매개시를 알리자 일순간 정적이 감돌더니 가격과 수량을 부르며 본격적인 경매가 시작됐다. 본격적인 대게철이 왔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겨울의 진미 대게가 왔다. 대게는 어족자원 보호를 위해 금어기가 있다. 6~10월은 강원 동해안 북쪽 일부를 제외한 전역에서 대게조업이 금지된다. 11월부터 대화퇴어장 등 근해(먼바다) 조업이 허용되고 최고의 맛을 자랑하는 연안대게는 12월1일부터 잡을 수 있다.
이날 위판장에 출하된 대게는 금어기가 풀린 뒤 잡은 사실상 첫 대게인 셈이다. 중매인들은 “12월 초 대게치고는 실한 편(살이 찼다)”이라고 했다.
구룡포수협에 따르면 이날 위판된 대게는 약 6,000마리다. 1주일간 S호가 먼바다와 연안을 오가며 잡았다. S호 선주는 “살이 꽉 찼다”는 중매인들의 말에 입가에 미소가 흘렀다. 대게는 같은 크기라도 살이 찬 정도에 따라 몇 배나 차이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과메기 원료인 꽁치가 잡히지 않아 시름에 잠겼던 다른 수산업계 종사자들도 대게 살이 찼다는 소식에 한시름 덜었다는 표정이다.
우리나라 연안대게의 80~90%는 경북에서 나고, 대게잡이 배는 경주 감포항과 포항 구룡포항, 영덕 강구항, 울진 죽변항 등으로 들어와 위판한다. 이 중 물량기준으로 가장 많은 곳은 구룡포다. 근해 조업이 가능한 20톤 이상의 큰 배가 많은 탓이다. 이들 배가 잡아들이는 대게가 동해안 전체 어획량의 60%를 차지한다. 덕분에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최일준 포항 구룡포수협 경제상무는 “대게는 영덕, 홍게(붉은대게)는 울진을 떠올리는데 사실 어획량이나 위판 양은 구룡포를 따라올 수 없다”며 “물량이 많은 만큼 구룡포 산지가 살이 찬 대게를 다른 산지보다 저렴하게 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게 어획량이 해마다 줄고 있어 산지에서도 잘 먹기 어려울 정도다. 1㎏ 정도에 속이 꽉 찬 박달대게는 위판장에서도 7만원 이상이다. 2, 3월 대게가 가장 맛있는 철에는 15만~20만원 하는 것도 있다.
경북도에 따르면 경북 동해안 대게어획량은 2007년 4,129톤에서 2008년 2,554톤으로 급감한 데 이어 2018년 1,768톤 등 해마다 1,300~1,700톤으로 쪼그라들었다.
어민들은 이 같은 대게 어획량부터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어족자원 보호를 위해 어종과 어선별로 허용어획량(TAC)를 정하고 반드시 수협 위판장을 거쳐 판매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전국의 수협 위판장에는 경매가 시작되기 전 저울과 파일 등을 들고 어획량을 기록하는 한국수산자원공단 직원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대게는 20톤 이상의 큰 배만 적용돼 연안에서 주로 조업하는 20톤 미만 배들은 수협 위판장을 거치지 않고 수산물 유통업체와 직접 거래해 판매하고 있다. 때문에 동해에서 잡힌 대게 어획량이 정확히 얼마나 되는지 파악되지 않고 있다.
김남규 포항 구룡포수협 판매과장은 “모든 정책의 기본이 통계이고, 정확한 어획량이 나와야 조업 금지나 자원 보호 대책을 세울 수 있는 것 아니겠냐”며 “정부와 관련 기관에 여러 차례 건의 했는데도 시정되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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