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인 4일 서울 중학동 옛 일본대사관 앞. 쌀쌀한 날씨였지만 여느 때처럼 정의기억연대 관계자 등 200여명 시민들이 모여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수요집회를 열었다. 1992년 이후 매주 열렸으니 이날만 해도 벌써 ‘1,416번째’ 수요집회였다.
불청객이 끼어들었다. ‘소녀상 노동자상 설치 반대 모임’이 기자회견을 연 것. 이 모임은 지난 7월 출간 이후 일제 식민지배 미화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책 ‘반일 종족주의’의 공저자 이우연 낙성대 경제연구소 연구위원 등이 참여한 단체다.
이들은 위안부 피해자를 형상화한 ‘평화의 소녀상’에 대해 “2011년 설치 당시 관할 구청 허가 없이 설치했다”며 즉각 철거를 주장했다. 수요집회에 대해서도 “‘외교관계에 관한 빈 협약’에 따르면 외교공관 100m 이내 지역에서 집회는 금지되지만, 수요집회는 기자회견 형식으로 매주 열리고 있다”며 “한일관계를 악화시키는 불법집회”라 비판했다.
이 연구위원은 “실제 위안부는 10대 소녀가 아니라 20대 중반 성인이었다”거나 “그들을 위안부로 만든 이는 일본 관헌이 아니라 가까운 조선인 지인들이었다”라는 등 ‘반일 종족주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수요집회를 늘 진행해왔던 정의기억연대 측은 별 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한 관계자는 “소녀상은 서울시 조례에 따라 설치된 공공 조형물이며, 수요집회도 경찰과 지자체에 신고하고 하는 행사라 모임 측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면서도 “별로 말을 섞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 등 모임 측 관계자들은 기자회견이 끝나자 자신들 주장을 읽어보라며 수요집회 측에다 기자회견문을 던지기도 했으나 충돌을 우려한 경찰의 제지에 이내 막혔다. 이 모임은 수요집회에 맞서 앞으로 ‘월요집회’를 이어나갈 것이라 밝혔다.
윤미향 정의연 이사장도 “수요집회는 그 어떤 여성도 성폭력 피해자가 돼서는 안 된다는, 그런 세상을 만들자는 할머니들의 간절한 뜻이 한데 모인 곳”이라며 “가해자는 정작 반성이 없는데, 우리끼리 갈등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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