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지하철역 보안검사가 유별나다. 공항도 아닌데 승강장으로 내려갈 때마다 짐을 내려 놓고 X레이 투시기가 설치된 검색대를 통과해야 한다. 승차권을 꺼내는 건 그 다음이다. 2008년 베이징(北京)올림픽을 계기로 생긴 현상이다. 출퇴근길 검색대 앞은 한시가 급한 직장인들이 몰리면서 늘 북새통이다. 자연히 불만이 적지 않다.
그런데 해법이 이상하다. 게다가 도시마다 제각각이다. 베이징시는 번거로운 보안검사를 생략하는 대신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했다. 일명 ‘그린패스’다. 미리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APP)을 다운받으면 안면인식만으로 별도의 문을 통해 신속하게 지하철을 탈 수 있다. 직원은 수고를 덜고, 이용객은 시간을 절약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라는 설명이다. 이미 중국의 기차역과 공항, 상점, 슈퍼마켓에 도입해 성과를 거두고 있다며 당국은 자화자찬에 여념이 없다.
하지만 반응은 냉담하다. 지난 10월부터 시범운영 중인데 기꺼이 동참하는 시민은 드물다. 개인정보 유출과 사생활 침해 우려 때문이다.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이 서비스에 등록하려면 신분증과 얼굴인식 정보, 지불 내역, 위치, 신용점수 등의 개인정보 수집에 동의해야 한다. 신상이 탈탈 털리는 셈이다. “고작 이런 작은 편의를 얻으려고 왜 이렇게 많은 정보를 제공해야 하느냐”는 반론이 무성하다. 승객의 이력을 주기적으로 갱신하기 때문에 지하철에서 음식을 먹거나 객차 좌석을 두 개씩 차지했다가는 신용점수가 깎여 앱 사용이 금지되기도 한다. 편리라는 미명으로 포장된 감시의 족쇄를 스스로 채우는 셈이다.
남부 광저우(廣州)시는 지난달 정반대의 대책을 내놓았다. 지하철 승강장 밖에 130개의 검색대를 추가로 설치하기로 한 것이다. 지하철을 타지 않고 역사 지하통로를 지나가는 행인들도 모두 검색대를 거쳐야 한다. 투입예산만 2억7,000만위안(약 454억원)에 달한다. 광저우시는 “지하도를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모두 그린 라이트를 주는 것은 보안상 큰 허점을 야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광저우시는 2년 안에 검색대 설치를 완료할 계획이다.
전문가들과 시민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막대한 예산 낭비일 뿐만 아니라 출퇴근길 불편도 훨씬 커질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광저우시가 중국에서 손꼽히는 안전도시라는 점에서 “과도한 보안검색이 오히려 불안감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불만도 상당하다.
중국을 대표하는 두 도시의 기묘한 정책에서 보듯 중국 정부는 시민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핵심 공공시설 지하철역에 이중삼중의 방어막을 치고 있다. 겉으로 드러난 정책은 정반대인 듯하지만 결국 시민들의 이용 편의보다는 정보 통제에 주력하는 이른바 ‘빅 브라더’ 정책이다. 시민들의 보편적인 정서를 무시한 이 같은 통제를 두고 중국 사회의 불안감을 반영한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온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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