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경찰이 압수, 검찰이 유통업자에 돌려줘… 검경 갈등 재현 우려
지난해 울산시장 선거 전후 불거진 이른바 ‘하명수사’ 논란과 관련해 정치권에서 특검 주장이 난무한 가운데, 경찰까지 가세해 혼전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검찰이 당시 경찰 수사를 선거개입 의혹으로 규정하면서 청와대까지 전선을 확대하자, 경찰은 애초 검경 갈등의 단초가 됐던 ‘울산 고래고기 사건’과 관련한 검찰의 처분을 특검에 붙이자는 주장이다.
경찰은 고래고기 사건에서 검찰의 불만이 시작됐고 검경 갈등으로 확산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또 당시 검찰의 공세는 경찰 독립을 상징하는 황운하 당시 울산경찰청장을 겨냥함으로써 수사권 조정 국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함이었다고 경찰은 보고 있다. 최근 검찰이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을 다시 끄집어 낸 이유도 경찰에 불리한 여론을 조성할 목적이라는 게 경찰의 판단이기도 하다.
실제 울산 지역 검경 갈등은 2016년 4월 고래고기 반환사건에서 시작됐다. 당시 경찰이 밍크고래를 불법으로 잡은 유통업자로부터 고래고기(시가 약 30억원)를 압수했는데, 검찰이 이를 유통업자에게 그냥 되돌려준 사건이다. 시민단체는 “검찰이 장물을 유통한 꼴”이라며 직무유기 등 혐의로 담당 검사를 울산경찰청에 고발했고, 검찰을 상대로 고래고기 사건 수사에 나선 이가 당시 울산청장으로 부임한 황운하 대전경찰청장이다. 황 청장은 지금도 당시 경찰 수사에는 문제가 없었으며 도리어 검찰이 제식구 감싸기 차원의 결론을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황 청장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김기현 전 시장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 처분 또한 "고래고기 사건에 대한 앙갚음의 의도가 있었다고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이런 배경에서 경찰은 현재 검경갈등 현안으로 번진 하명의혹 논란 이전에 고래고기 사건을 특검에 붙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경찰 고위관계자는 “울산 고래고기 사건이야 말로 검찰권 남용의 대표 사례”라며 “경찰이 청와대 하명수사를 벌였다고 하는데 검찰이 고래고기 사건을 처리한 과정을 샅샅이 조사하면 아마 검찰도 지금처럼 당당할 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현재 고래고기 사건은 지지부진한 상태인데 정치권에 특검을 요구해 진실을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며 “경찰 내부서도 이런 여론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을 향한 경찰의 불만도 폭발 직전이다. 경찰 내부선 검찰의 의도를 수사권 조정과 연관시켜 판단하고 있다. 최근 경찰이 긴급브리핑을 열어 검경 수사권 조정안과 관련해 검찰이 내놓은 주장을 11개 요지로 정리해 공개 비판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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