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행된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일본어판에서 흥미로운 글을 읽었다. 동물보호 활동가로 자신을 소개한 독자는 쇼윈도 속 동물을 위로하고 싶은 마음에 ‘펫숍’에 들어갔는데 마음에 든 개를 발견, 구매한 죄책감에 휩싸여 있다고 했다. 가족, 친구에게도 입양처를 얘기하기 어려운 것은 물론이고 공원에 산책을 가도 모르는 사람들마저 “어디서 데려왔냐”고 묻는 통에 괴로움도 커져 갔다는 게 그의 고민이었다. 이에 대해 상담원은 펫숍에서 동물을 구매한 행위는 비윤리적인 강아지 공장을 돕는 것이라고 지적하면서도 잘못을 뉘우치는 독자에게 해결책을 제시했다. 누군가 입양처를 물어보면 “개똥을 치워야지” 하면서 자연스럽게 자리를 뜨라는 것이었다.
순간 “피식” 하고 웃음이 나왔지만 한편으론 독자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한 건 아니다. 펫숍 진열대 속 꼬물거리는 강아지와 고양이를 보면 저절로 입꼬리가 올라가고, 강아지와 눈이라도 마주치면 홀딱 데려오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면서 미국뿐 아니라 펫숍이 성행하는 우리나라와 일본의 실태도 함께 떠올랐다.
일본 도쿄에선 여전히 도심 곳곳에서 기업화된 펫숍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주 방문한 도쿄의 번화가인 롯폰기의 한 반려동물 판매점에서는 크리스마스 특가 세일이 한창이었다. 매장 한쪽에선 한 가족이 70만엔(약 760만원)짜리 프렌치불도그 구입에 대해 상담을 하고 있었다.
일본에는 이 같은 반려동물 번식업체가 5,000여개, 매년 펫숍 등에서 판매되는 개와 고양이가 85만 마리(2017년 기준)에 달한다고 한다. 이 가운데 유통과정에서 죽는 비율만 약 3%(2만6,000여 마리)다. 2015년 기준 일본수의사회가 3,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39%가 펫숍, 19%가 브리더를 통해 개를 데려왔다고 답했다. 즉 10명 중 6명이 개를 돈을 주고 구입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6년 이른바 ‘강아지 공장’의 비참한 실태가 알려지면서 적어도 펫숍에서 구매하는 게 문제라는 인식은 이전보다 확산되어 있다. 그래도 여전히 펫숍은 3,000개가 넘는 것으로 추산되며 10명 중 3명은 여전히 펫숍에서 개를 구입(2018년 농림축산검역본부 조사)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왜 유독 펫숍이 인기일까. 일본 도심 내 주택은 협소한 경우도 많고, 동물을 기를 수 있는 집을 빌리기도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소형 개나 조용한 고양이를 선호하는 이들이 많은데 생산업자는 이를 노려 동물이 조금이라도 어릴 때 경매장에 내보내고, 더 작은 강아지, 고양이가 나오도록 교배를 시키고 있다는 게 ‘애니멀레퓨지간사이(ARK)’등 일본 동물보호단체들의 분석이다.
일본 펫숍에서 개와 고양이가 보통 300만원부터 높게는 1,000만원 이상의 가격으로 판매되는 것을 보며 ‘버리는 이들은 없겠지’ 기대해보지만 상황은 다르다. 나이 들고, 병든 동물을 유기하는 경우가 많은 데다 최근에는 반려인의 노령화로 인해 버려지는 동물의 수도 늘고 있다.
생명이 아닌 단지 상품처럼 진열된 채 구매자의 선택만을 기다리고 있는 펫숍 동물. 하지만 더 작고 더 귀엽게 진열되기 위해 펫숍 뒤편 동물들에게 주어진 운명은 끊임없는 임신과 출산, 그리고 죽음뿐이다.
도쿄=글·사진 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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