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기업용 메신저인 미국의 슬랙이 국내 상륙한다.
10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슬랙’을 개발한 슬랙테크놀로지스가 다음달에 국내 지사를 설립하고 본격 홛동에 들어간다. 이를 위해 슬랙은 최근 IBM 출신의 기업 마케팅 전문가 J 모씨를 대표로 내정하고 인력을 선발하는 등 출범 준비를 하고 있다.
슬랙은 기업 업무에 필요한 기업용 메신저 서비스로, 전세계 150개국에서 50만개 이상 기업이 사용하고 있으며 하루 이용자만 1,000만명에 이른다. 포춘 선정 글로벌 100대 기업 중에서도 65개 기업이 슬랙의 유료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기업용 메신저는 지인들과 대화를 나누는 일반 메신저와 달리 일정, 메일 등이 통합돼 파일을 공유하며 메신저에서 업무를 볼 수 있는 기능을 지원한다.
특히 컴퓨터(PC)와 휴대기기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는 슬랙은 보안 기능이 뛰어난 것으로 꼽힌다. 만약 이용자가 휴대기기를 분실해도 기업에서 원격 제어로 관련 데이터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차단하거나 휴대기기에 저장된 내용들을 삭제할 수 있다. 그만큼 보안을 중요하게 여기는 기업들에게는 꼭 필요한 기능이다.
따라서 국내 대기업들을 비롯해 BBC, 스타벅스, 뉴욕타임스 등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언제 어디서나 업무를 볼 수 있는 시스템으로 슬랙을 채택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슬랙 때문에 업무용 이메일이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슬랙은 지난 6월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돼 시가 총액 18조원을 기록했다. 미국에서는 슬랙이 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등 4대 IT기업을 뜻하는 FANG을 뛰어넘는 차세대 선두주자인 APLUS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APLUS는 에어비앤비, 핀터레스트, 리프트, 우버, 슬랙 등 상장 전부터 1조원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은 유니콘 신생(스타트업) 기업들을 말한다.
IT업계에서는 슬랙이 국내 진출하는 것을 유료 서비스와 국내 기업 환경에 맞는 맞춤형 서비스를 늘리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국내의 많은 기업들이 슬랙을 사용하고 있다”며 “따로 지사까지 설립하는 것은 개별 기업에 맞는 맞춤형 서비스를 확대해 유료 기업 고객을 확장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했다.
여기에 기업들이 클라우드 서비스로 전환하는 국내 환경도 슬랙 진출의 중요한 배경이 되고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많은 기업들이 클라우드 서비스로 전환하고 있지만 정작 업무 협업에 필요한 관련 도구들이 많지 않은 상태”라며 “문자나 메신저를 통해 업무지시를 하는 한국적 특수성도 슬랙에 유리한 환경”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슬랙은 국내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의 ‘팀즈’, 네이버 자회사인 웍스모바일의 ‘라인웍스’, 카카오의 ‘아지트’, NHN의 ‘토스트 워크 플레이스’ 등 기업용 소프트웨어들과 경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IT 업계 관계자는 “슬랙의 진출로 올해 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의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며 “이런 환경을 감안해 슬랙은 국내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들과 제휴를 확대할 것으로 알려졌다”고 강조했다.
최연진 IT전문기자 wolfpa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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