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러 견제 내용도 다수 담겨
미국 의회가 주한미군을 현재 규모로 유지하는 내용의 내년도 국방예산안에 합의했다.
미 언론은 9일(현지시간) 상ㆍ하원 군사위원회가 2020회계연도 국방예산법안, 즉 국방수권법(NDAA)안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합의된 NDAA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현재 2만8,500명인 주한미군 규모를 임의로 줄일 수 없다. 이는 올해 국방수권법에 명시된 하한선 2만2,000명을 6,500명 늘린 것이다. 만약 주한미군 인원을 줄이려면 국방장관이 감축 조치가 국가안보에 부합한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이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에 내년 방위비 분담금을 5배 증액하라고 요구하면서 주한미군 축소를 협상카드로 쓰는 듯한 의중을 내비쳤지만, 의회는 현행 규모를 유지하라는 메시지를 예산법안에 명시한 것이다. 의회는 또 북한산 석탄 광물 섬유 원유 유화제품 수출입을 제재하고, 북측과 거래하는 금융기관도 추가 제재 명단에 올리기로 했다.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는 내용이 대거 법안에 포함된 점도 특징이다. 미 의회는 중국산 전기버스와 궤도차 등을 구매할 때 연방예산을 집행하지 못하게 했다. 법안이 그대로 통과될 경우 미국에서 영업 중인 중국 기업 CRRC와 BYD가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은 “궤도차를 생산하는 국영 업체 CRRC는 연간 180억달러(21조4,300억원) 규모인 미국 시장을 상당수 장악하고 있으며 BYD는 전기버스를 공급하고 있다”고 전했다.
법안은 군이 중국산 드론을 구매하는 것도 불허해 미국 내 중국 간첩 활동 등의 우려를 불식시킨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중국 선전에 기반을 둔 세계 최대 소매용 드론 업체 DJI 테크놀로지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도 상무부 수출 블랙리스트에서 제외하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아울러 중국을 겨냥해 대만의 국방능력을 높일 수 있게 합동 훈련과 무기 수출 등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 밖에 러시아 방공미사일 S-400을 구매한 터키를 제재할 것을 행정부에 요구하고 터키에 F-35 전투기 판매를 금지하며, 공군 산하에 우주군을 창설하는 등 러시아를 염두에 둔 조치도 법안에 담겼다. 내년도 NDAA는 상ㆍ하원 표결을 거쳐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하면 최종 확정된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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