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변호사 “민식이법 부정하지 않지만 징역 3년 무거워”
10일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 내 과속 카메라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민식이법(도로교통법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 하루 만인 11일 개정 요구가 나오는 등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1주일 전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것”이라고 내다봤던 교통사고 전문 한문철 변호사의 발언이 온라인 공간에서 재조명되고 있다.
한 변호사는 4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민식이법과 관련해 전화 인터뷰 했던 내용을 일부 공개하며 “여러 가지 부작용이나 형평성 검토 못한 것 같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징역형 자체가 잘못됐다”며 “‘윤창호법’이 만취 상태에서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사망케 한 경우 3년 이상 징역형 또는 무기징역형인데, 어린이 보호구역에서의 어린이 사고라 해서 무조건 3년 이상의 형이라는 건 너무 무겁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린이 보호구역에서도 신호위반이나 과속 등은 중하게 처벌해야겠지만, 피해자와 가해자의 과실 정도를 따져 피해자의 과실이 큰 경우 사망 사고라도 집행유예, 벌금형 등 여러 가지 선택의 길을 열어줘야 한다”며 “오로지 징역 3년 이상이라는 건 너무 과도한 처벌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주장했다. “어린이들이 갑자기 뛰어드는 경우까지 무조건 징역 3년이라는 것은 과하다는 지적이 있을 것 같다”고도 했다.
한 변호사는 다른 유사 사고와의 형평성 측면에서 민식이법에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봤다. 똑같은 유형의 어린이 교통사고여도 어린이 보호구역 여부에 따라 처벌 기준이 교통사고처리 특례법과 민식이법으로 나뉘기 때문이다.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은 업무상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교통사고를 일으킨 운전자 처벌을 규정한 법이다.
그는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50m 떨어진 곳에서 신호위반 차량 때문에 어린이가 사망했을 땐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이 적용된다”며 “5년 이하의 금고형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지는데, 경우에 따라 집행유예나 벌금형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똑같은 어린이 사고여도 어린이 보호구역이라는 이유로 3년 이상의 징역형이라면 한쪽만 형이 무거워 나중에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변호사는 “제가 민식이법 자체를 부정하는 건 아니다.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어린이 보호하기 위해 운전자가 더 조심해야 한다”면서도 “법원에서 지금 있는 법으로도 충분히 무겁게 처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민식이법은 어린이 보호구역에 신호등과 과속 단속 카메라 설치를 의무화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 두 가지로 이뤄져 있다. 그 중 특가법 개정안은 운전자가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운전자 부주의로 사망사고를 낼 경우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처벌 수위가 대폭 올라가면서 가중처벌 기준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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