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글자 바꿔 70개 수정안 제출… 한국당, 지연 작전에 마음 돌려
평소 의회주의자로 협치 존중… “아들 공천” 인신 공격에도 충격
‘여야 협상을 기다릴 것인가, 법안 처리로 직진할 것인가.’ 선거제개혁ㆍ검찰개혁 법안 등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의 최종 결정권을 쥔 문희상 국회의장이 어떤 선택을 내릴지 관심이 쏠린다. ‘4+1’ 협의체(더불어민주당ㆍ바른미래당ㆍ정의당ㆍ민주평화당ㆍ가칭 대안신당)는 13일 국회 본회의에 패스트트랙 법안 수정안을 올릴 계획이다.
‘의회주의자’로 여야 협치를 존중해 온 문 의장이지만, 지난 10일 여야의 예산안 충돌 과정에서 한국당이 보인 모습에 실망해 ‘강경 모드’로 돌아섰다는 얘기가 무성하다. 문 의장은 패스트트랙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결심을 굳혔다고 한다.
문 의장은 내년도 정부 예산안의 국회 처리 과정에서 상당한 피로를 호소했다. 보좌진은 휴식을 권했지만, 문 의장은 11일 오후부터 국회의장실로 출근해 패스트트랙 법안 관련 국회 상황을 일일이 보고 받았다.
12일 여권 관계자가 전한, 문 의장이 강경론으로 돌아선 경위는 이렇다. 10일 저녁까지는 여야의 예산안 협상이 타결되는 분위기였다. 문 의장은 심 원내대표에게 “합의만 되면 오후 12시가 넘어도 좋으니 기다리겠다”고 했다. 심 원내대표는 오후 8시쯤 “1시간만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다. 약 한 시간 뒤 문 의장은 국회 의사국에서 “한국당이 예산안 부수법안 수정안 70개를 제출했다”는 보고를 받았다. 수정안은 예산안 집행일을 ‘2020년 1월 1일부터’에서 ‘2020년 12월 1일부터’ 로 바꾸는 등 ‘수정을 위한 수정’을 한 수준이었다. 이에 문 의장은 심 원내대표가 협상에 진지하게 응할 의지가 없다고 보고 곧바로 본회를 소집했다.
문 의장은 한국당 의원들의 인신공격성 발언에도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한국당 의원들은 10일 본회의장에서 문 의장을 향해 “아들 공천! 공천 대가!”라고 외치며 항의했다. 문 의장 지역구에서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인 아들의 공천을 위해 문 의장이 민주당 편을 드는 게 아니냐는 비아냥이었다. 한국당 일부 의원들은 잠시 본회의장을 떠난 문 의장을 따라가 “문희상 천벌 받아라!”고 고함을 쳤다. 문 의장은 국회 의사봉을 주승용 국회부의장에게 넘기고 병원으로 향했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