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금융권 비정규직 실태조사]
보험설계·콜센터 “차별” 불만 최다… 일·가정 양립과 노후 준비 어려워
“하청업체 잦은 변경 고용 불안정, 출산·육아휴직도 마음껏 사용 못해”
“모회사와 같은 월급을 받겠다는 얘기가 아니에요. 그분들 절반은 서울대 나오고 대단한 사람들인 걸 알아요. 그런데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는데 (회사가) 정규직의 책상, 의자, 책장만 바꿔줘요. 비정규직 의자 다리는 고장이 나서 기대앉을 수 없는 상황인데 몇 개월째 바꿔주지 않아요. 사무실을 둘러보면 의자와 책상의 색이 달라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한눈에 구분됩니다.” (공공금융기관 자회사 직원 A씨)
“저는 무기계약직인데 회사 업무망(내부망ㆍ인트라넷)에 접속을 못 해요. 인트라넷은 정규직만 볼 수 있습니다. 저도 회사 직원인데, 사장님 말씀이나 신년사, 인사이동 발표 같은 공지사항이 있어도 볼 수 없어요.”(보험회사 콜센터 무기계약직 B씨)
문재인 정부가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차별과 격차를 줄이기 위해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민간 부문 비정규직의 노동 환경 개선은 더딘 실정이다. 제2금융권 비정규직 10명 중 7명은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차별을 경험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사무금융우분투재단은 12일 국회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제2금융권 비정규직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7~10월 제2금융권 비정규직 340명을 대상으로 설문 및 면접 조사한 결과다. 우분투재단은 민주노총 산하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가 비정규직과 연대하기 위해 사회연대기금을 출자해 설립된 곳이다.
보험, 카드, 증권 등의 업종에 종사하는 비정규직의 고용 형태는 직접고용 비정규직, 무기계약직, 특수형태근로종사자, 파견직, 기간제 계약직 등으로 다양했다. 이러한 비정규직 10명 중 7명(69.8%)은 ‘고용에 대한 불안감이 있다’고 답했다. 업무 성격별로 보면 영업관리(87.5%), 사무지원(73.9%), 콜센터(72.3%), 보험설계사(66.7%) 등의 순으로 고용 안정에 대한 불안감이 높았다. 특히 공공금융기관에서 장애인 사무보조 업무를 맡고 있는 30대 여성 C씨는 “3개월 단위로 계약을 갱신하고 있다”고 했다.
제2금융권 비정규직의 66.7%는 “처우에서 차별을 받는다”고 답했다. 보험설계사(71.1%)와 콜센터 비정규직(69.6%)이 차별에 대한 불만이 높았다. 회사 내 자원 활용이나 급여, 승진 체계에 대한 문제제기가 많았는데, 각종 차별로 인해 ‘비정규직은 미래를 기약하기 어렵다’고 느끼고 있었다. 보험회사의 민원처리 업무를 담당하는 무기계약직 D씨는 “임금과 승진, 직급 없이 일하는데 정규직은 되지 못해도 승진 체계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제2금융권 비정규직은 특히 30~40대 여성 종사자가 많지만, 불안정 노동 환경에 내몰리다 보니 일ㆍ가정 양립은 물론 안정된 노후소득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승윤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가령, 콜센터 비정규직은 평균 1년이상 근속해 고용보험에 가입, 출산휴가나 육아휴직 급여를 받을 수 있지만 하청업체 변경이 잦고 근로환경이 불안정하다 보니 실질적으로 사용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며 “(정부의) 사회안전망 확충 노력뿐 아니라 노동조합도 비정규직을 포괄해 단체협상력을 높여 차별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