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임기 마치며 “치매 대비” 강조
“치매가 심각한 병인 건 알면서도 정작 본인 일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 분들은 많지 않죠. 그런데 80세 이상은 4명 중 1명이 치매 환자거든요. 예방만큼 치매에 걸렸을 때 어떻게 할지 미리 준비하는 게 정말 중요합니다.”
김기웅(55) 국립중앙치매센터장은 “치매에 대한 인식이 더 확산돼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인 그는 국내에서 손 꼽히는 치매 전문가다. 2012년 중앙치매센터 초대 센터장에 임명된 이후 한번 연임해 센터를 이끌었다. 오는 31일이면 8년의 임기를 마친다. 지난 9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중앙치매센터에서 만난 그는 “치매는 내 일이라 생각하고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괜히 겁주는 소리가 아니었다.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면 치매 발병 확률을 낮출 수 있다지만, 세월의 흐름 속에 생기는 전체 발병 요인을 사람이 제어하는 건 불가능하다. 현재 국내 치매환자는 약 76만명인데 고령화가 가속화하며 환자 증가 속도는 갈수록 빨라지는 추세다. 김 센터장은 “연구 결과를 보면 국내 치매환자는 2050년까지 4.3배 증가할 걸로 예상되는데 이는 전 세계 평균의 2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3배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본인이나 가족이 치매에 걸릴 가능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80세 이상이면 4명 중 1명, 90세 이상은 2명 중 1명꼴로 걸린다”며 “결혼한 부부라면 양가 부모 중 무조건 한 명은 치매에 걸릴 확률이 100%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치매는 바로 옆에 있는데도, 준비가 전혀 안돼 있다 보니 막상 닥치면 우왕좌왕하기 마련이다. 그는 “치매에 걸렸을 때 어떻게 하면 피해를 적게 받으면서 여생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치료 비용을 위해 보험에 가입하거나, 성년후견인 제도를 활용해 건강할 때 미리 후견인을 정해두는 것도 그가 추천한 치매 대응 방법이다.
김 센터장은 중앙치매센터 설립 이후 치매예방과 관리가 진일보했다고 자평하면서도 돌봄프로그램이 아직 제대로 자리잡지 못한 건 아쉽다고 했다. 그는 “지역과 가정에서 가장 어려운 환자가 정신행동증상이 심한 치매환자”라며 “치매안심요양병원의 역할이 중요한데 지금은 양적으로 턱없이 부족하고 운영방식도 보완될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우리 사회가 보다 치매 친화적인 사회가 돼야 하다고 강조했다. ‘치매친화 슈퍼마켓’도 대안의 하나다. 치매환자로 등록된 이가 물건값을 제대로 못 내면 보호자에게 대신 청구하는 식이다. 길 잃은 치매환자를 특정 장소로 보내는 ‘치매친화 운동조합’도 같은 성격이다. 김 센터장은 “누구나 치매 걸린 부모를 모실 가능성이 커진 만큼 치매에 마음을 열수 있도록 사회적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소진 기자 soj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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