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에 탄원서 제출
성폭행 혐의로 교수형을 앞둔 인도 사형수가 형 집행을 중지해 달라는 탄원서를 법원에 냈다. 그런데 이유가 가관이다. 인도의 심각한 대기오염으로 수명도 갈수록 짧아지는 만큼 굳이 일부러 죽일 필요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13일 미 CNN방송에 따르면 인도 교도소에 수감된 사형수 아크사이 타쿠르는 최근 대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그는 2012년 인도 전역을 충격에 빠뜨린 20대 여대생 성폭행ㆍ살해 사건의 범인이다. 당시 타쿠르는 수도 뉴델리의 시내버스 안에서 다른 남성 5명과 함께 피해자를 집단 강간하고 잔인하게 죽여 교수형에 처해졌다.
탄원서에서 그의 변호인은 타쿠르가 공해로 이미 죽어가고 있다며 사형 집행이 불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뉴델리의 대기 수준은 가스실 같고 식수는 독으로 가득 차 있다. 수명은 점점 짧아진다. 굳이 사형이 필요한가”라고 적었다. 그가 갇혀 있는 마야푸림교도소는 올해 최악의 대기오염 수치를 기록한 뉴델리 서부에 위치해 있다.
사건 직후 체포된 범인 6명 중 한 명은 미성년자란 이유로 풀려나고 다른 한 명은 감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어 타쿠르를 포함, 4명이 교수형을 기다리는 중이다. 인도 현지에서는 사건이 일어난지 7년이 되는 16일쯤 사형이 집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형 집행 자체가 취소될 가능성은 낮다. 피해자 측 변호인인 사티쉬 마네신데는 CNN에 “이런 사유는 처음 본다”며 “사형을 면하기보다 집행 연기를 노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인도에서는 여성 상대 성범죄 관련 형량을 대폭 높였다. 하지만 잔혹 성범죄는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에도 법정 증언을 위해 법원에 가던 성폭행 피해 여성이 ‘신체 방화’를 당해 사망했고, 20대 여성 수의사가 집단 성폭행 후 살해된 사건도 있었다. 2017년 통계를 봐도 인도 전역에서 강간 사건 신고 건수가 3만3,658건에 달할 만큼 성범죄는 여전히 범람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도에 성폭력이 만연하고 범행 수법이 잔인한 것은 여성을 경시하는 사회 풍조와 공고한 천민계급 차별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진단한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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