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 배달 노동자(라이더)의 노동조합인 라이더유니온이 국내 1위 음식배달 앱(애플리케이션)인 배달의민족에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플랫폼 노동자로 이뤄진 노조가 사측에 단체교섭을 요구한 것은 처음이다.
15일 라이더유니온에 따르면 노조는 배달의민족 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에 단체교섭을 공식적으로 요구했다. 주요 요구사항은 △최소배달단가를 현행 3,000원(건당)에서 4,000원으로 인상하고 △사측의 일방적인 프로모션(배달료 할인)을 축소하며 △근무조건을 변경할 때는 노조와 라이더들의 동의를 얻는 것이다.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기획팀장은 “배달 노동자들이 시간에 쫓기지 않고 안전하게 음식을 배달하려면 기본적인 수익이 보장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측이 프로모션 명목으로 매일 적게는 500원에서 많게는 2,000원까지 배달단가를 낮춰 안정적인 수익을 얻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또 배달의민족 인수합병에 따른 배달 노동자 보호대책을 노조와 함께 마련할 것도 요구했다. 앞서 13일 또 다른 배달앱인 요기요, 배달통 등을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의 우아한형제들 입수합병 소식이 발표된 데 따른 것이다. 업계에선 1위 사업자인 배달의민족과 2위 요기요(배달통 포함)를 더하면 시장점유율이 90%가 넘어설 것으로 추정한다. 라이더유니온은 시장독점으로 노동자들도 피해를 받을 수 있으므로 법적 구속력이 있는 단체교섭이 하루빨리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라이더유니온 조합원 수는 약 160명으로 그 중 배달의민족 소속이 가장 많다.
이번 라이더유니온과 배달의민족 단체교섭이 성사되면, 플랫폼 노동자의 ‘노조할권리’ 보장 요구에도 힘이 실릴 수 있다. 플랫폼 노동자는 그 수가 급증하고 있지만, 일종의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 노동자)로 현재까지는 근로자성을 인정받지 못해 노동관계법의 노동3권(단결권ㆍ단체교섭권ㆍ단체행동권)을 보장받기 어려웠다. 라이더유니온은 지난달 18일 서울시에서 노조 설립 신고필증을 받았지만, 전국단위 노조는 아니다. 김성희 산업노동정책연구소장은 "노조 설립 권리마저도 인정받기 어려운 상황에서 (라이더유니온과 배달의민족이) 단체교섭을 맺는다면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3권 보장에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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