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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미, 北美협상 무산 땐 플랜B ‘연합훈련 카드’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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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미, 北美협상 무산 땐 플랜B ‘연합훈련 카드’ 검토

입력
2019.12.16 04:40
수정
2019.12.16 07:27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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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전 독수리훈련보다 규모 줄여 내년 3월쯤 기동훈련 재개 검토 

 北, ICBM 발사 암시 등 무력시위에 한미 軍당국 대응 압박 나선 듯 

올해 3월 대규모 연합훈련인 ‘독수리 훈련’을 종료하기로 결정한 한미 군 당국이 실기동 연합훈련을 내년 3월쯤 재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사진은 2017년 독수리 훈련 당시 부산항에 입항한 미 항공모함 키티호크의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올해 3월 대규모 연합훈련인 ‘독수리 훈련’을 종료하기로 결정한 한미 군 당국이 실기동 연합훈련을 내년 3월쯤 재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사진은 2017년 독수리 훈련 당시 부산항에 입항한 미 항공모함 키티호크의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미 군 당국이 실제 병력과 장비를 투입하는 실기동 연합훈련을 내년 3월쯤 재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3월 한미 양국 합의로 대규모 연합훈련인 ‘독수리훈련’(Foal EagleㆍFE)을 종료하기로 결정한 지 1년이 채 안 됐지만, 북미 비핵화 협상 실패에 대비해 ‘플랜 B’를 준비하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최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암시하는 등 긴장 수위를 끌어올리는 데 대한 압박 카드로도 해석된다.

15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합동참모본부와 국방부, 주한미군 등은 내년 3월 야외 실기동 연합ㆍ합동 훈련을 실시하기 위한 일정 검토에 들어갔다. 한미 군 당국은 연합훈련의 대명사였던 키리졸브(KR) 연습을 대체한 지휘소 훈련인 ‘동맹’ 연습에 이어 이 훈련을 실시하는 방안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정부 소식통은 “종전에 실시하던 FE보다 규모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미 군 당국은 지난 3월 KR 연습을 동맹 연습으로 이름을 바꾸고 축소 실시하면서 FE는 대대급 이하 소규모 부대 단위로 조정ㆍ시행하기로 합의했다. 매년 실시해오던 대규모 연합 공중훈련인 ‘맥스선더(Max Thunder)’나 ‘비질런트 에이스(Vigilant Ace)’도 축소 또는 연기됐다.

한미 군 당국은 북한이 긴장 수위를 끌어올리는 데 대한 압박 카드로 중단했던 실기동훈련 재개를 검토 중인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2016년 이뤄진 키리졸브 연습과 독수리 훈련일에 작전을 마치고 경기 평택시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로 복귀 중인 F-16 전투기.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미 군 당국은 북한이 긴장 수위를 끌어올리는 데 대한 압박 카드로 중단했던 실기동훈련 재개를 검토 중인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2016년 이뤄진 키리졸브 연습과 독수리 훈련일에 작전을 마치고 경기 평택시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로 복귀 중인 F-16 전투기.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렇게 중단했던 실기동훈련 재개를 검토하는 건 북한의 최근 동향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북한은 지난 10월 스톡홀름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 결렬 이후 무력시위 수위를 끌어올리며 한반도에서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지난달 23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지시로 해안포를 발사해 9ㆍ19 남북 군사합의를 위반한 데 이어 같은 달 28일 동해상으로 초대형 방사포 2발을 시험 발사했다.

또 ‘연말 시한’을 설정하고 ‘새로운 길’을 언급한 데 이어 노동당 7기 제5차 전원회의를 이달 하순으로 잡으면서 연일 한미 양국을 압박해왔다. 결국 북한의 도발 재개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한미 군 당국도 연합훈련 재개 카드 등 대응 조처를 준비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한미가 대화 기조 당시 연합훈련을 축소ㆍ연기했지만 북한이 군사적 긴장을 높일 가능성이 커지자 이에 대비해 재개를 검토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을 위한 조건 충족 차원의 연합훈련 점검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한반도 정세에 따른 정치적 고려에 따라 ‘플랜 B’를 가동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전작권 전환에 필요한 조건을 충족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필요성 때문에 실기동훈련을 실시하는 것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북한은 주말 사이에도 도발을 이어갔다. 북한 국방과학원 대변인은 14일 “2019년 12월 13일 22시 41분부터 48분까지 서해위성발사장에서는 중대한 시험이 또다시 진행되었다”며 “최근에 우리가 연이어 이룩하고 있는 국방과학 연구 성과들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믿음직한 전략적 핵전쟁 억제력을 더 한층 강화하는 데 적용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북한은 앞서 7일에도 같은 장소에서 ‘대단히 중대한 시험’을 실시했다고 밝힌 바 있다. 두 시험은 ICBM 발사체 관련 엔진연소시험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국방과학원에 이어 한국군 합참의장 격인 박정천 조선인민군 총참모장 명의 담화를 잇따라 발표해 “우리는 거대한 힘을 비축하였다”며 “우리는 적대세력들의 정치적 도발과 군사적 도발에도 다 대비할 수 있게 준비되어 있어야 하며 대화도, 대결도 낯설어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 총참모장은 “첨예한 대결 상황 속에서 미국을 비롯한 적대세력들은 우리를 자극하는 그 어떤 언행도 삼가해야 년(연)말을 편하게 지낼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15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15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북한의 압박은 거세지고 있지만 미국은 일단 신중한 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2박 3일 일정으로 방한한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는 이날 인천국제공항 도착 직후 기자들의 질문에 한 마디도 답하지 않았다. 14일(현지시간) 출국 전 워싱턴DC에선 ‘북한에 비핵화를 요구하는 미국의 방침은 변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답변했다고 일본 NHK가 보도했다. 북한 자극을 최소화해 북미 비핵화 협상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북한이 강경한 태도로 계속 나올 경우 미국도 강수를 두면서 ‘대화의 판’이 깨질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따라서 비건 대표가 방한하는 이번 주가 북한이 협상 시한으로 못박은 연말을 앞두고 최종 조율을 할 수 있는 ‘운명의 한 주’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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