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발치는 칭찬행렬…지구대, 행정복지센터 문의 빗발
굶주림을 참지 못해 초등생 아들과 함께 먹을 것을 훔치다 적발된 현대판 ‘인천 장발장 사건’에 수갑 대신 국밥을 건넨 인천중부경찰서 영종지구대 이재익(52·경위) 제4팀장이 연일 화제다. 문재인 대통령이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국민에게 큰 감동을 줬다”고 언급할 만큼 뉴스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그의 선행이 알려진 후 인천중부서 홈페이지는 이 경위와 관련된 글이 도배되고 있다.
인천중부서 홈페이지 ‘칭친합시다’ 코너에는 최근 3년간 60건에 불과했던 칭찬 글이 이 경위의 선행이 알려진 후인 지난 13일부터 사흘 동안에 254건이 올라왔다.
해당 글은 대부분 이 경위를 포상해야 한다는 의견에서부터 ‘인천이 부럽다’, ‘쌀과 반찬을 보내주고 싶다’, ‘안정적인 사회적 기반을 갖출 때까지 점심 식사를 제공하겠다’며 전화번호와 상호까지 적은 이들도 있다.
영종지구대와 영종1동사무소(행정복지센터)에 관련한 문의전화는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빗발치고 있다.
그가 이처럼 여론에 조명을 받는 이유는 범인을 ‘법과 원칙’이 아닌 ‘사람’으로 대했기 때문이다. 당시 이 경위의 행동은 마트와 국밥집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에 고스란히 담겼다.
이 경위가 ‘인천 장발장’을 만난 것은 지난 10일 오후. 한 마트에 절도범이 들어왔다는 신고를 받은 이 경위는 팀원인 김두환 순경과 함께 현장에 도착했다. 하지만 여느 절도 현장과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는 한 남성과 그 옆에 아들로 보이는 초등생이 서있었다.
그는 경찰 수칙대로 다가갔다. “왜 물건을 훔쳤습니까?”라는 물음에 “두 끼를 굶어 그랬다. 죄송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울컥했다고 한다.
이 경위는 16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평소 ‘법에도 눈물과 인정은 있다’고 생각해 왔는데 당시 상황이 딱 부합했다”며 “‘국밥을 사줘야겠다’는 생각이 곧바로 들었다”고 말했다.
‘국밥’을 선택한 것은 20년 형사생활에서 얻은 교훈 때문이다. 국밥에는 ‘따스함’이 있다고 했다. 1999년 수사특채 경장으로 경찰에 입문한 그는 선배들과 먹었던 국밥, 수사과정에서 만난 수많은 범인들에게 국밥을 사주며 다독이며 보냈던 기억이 있다고 했다.
그는 “국밥을 먹으면서 얘기를 하면 범인들도 다 털어놓는 모습을 보면서 내 인생도 다시 돌아보게 됐다”며 “그래서 국밥을 사 준 것 같다”고 했다.
이 경위는 밥을 먹고 난 뒤 그냥 돌려보내지 않았다. 인근 행정복지센터에 데려가 자초지종을 설명한 뒤 일자리를 구해줄 것을 요청했고, 센터 측에서 흔쾌히 수락했다. 국밥에만 그친 게 아니라 삶의 방향까지 제기해 준 것이다.
칭찬릴레이에 그는 “너무 부끄럽다”며 쑥스러워했다. 그의 선행을 보고받은 지구대장이 ‘공적조서 꾸미자’라는 말에 “국밥 하나 사준 것뿐인데...”라며 거절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함께 출동한 후임 김두환 순경의 공적조서만 제출했다.
그는 “팀장으로서 당연히 할 일을 했을 뿐이고, 함께 따라 온 후임이 공적을 인정받게 하는 게 팀장의 소임”이라며 “선배가 선배로서 일해야 후배들도 더 열심히 하고 향후 자신의 후배들을 배려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그분(인천 장발장)께서 일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고 어떻게든 취업해 살아보고자 하는 모습을 봤는데 절대 변하면 안된다”며 “딴생각 하지 말고 열심히 일해 어머니와 두아들 양육에 열정을 쏟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온정의 손길이 끊어질 때쯤 다시 찾아가 잘 사는지 살펴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인천 중구청은 ‘인천 장발장’ A씨가 현재 기초생활수급자로 의료혜택 등 각종 지원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집도 정부의 전세자금 지원으로 거주하는 상태다.
다만 빗발치는 도움의 손길로 인해 자칫 A씨가 수급자 대상에서 탈락할 수 있는 만큼 ‘사회공동모금을 통한 지정기탁’을 안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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