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서 수출관리 국장급 정책대화… 7월 과장급 회의 때와 달리 환대
예정보다 3시간 넘기며 마라톤 회의… 日 “수출규제 협의 의제 아냐” 고수
“수출관리제 운용 상호 이해 촉진” 인식 공유… 8차 대화는 서울서
대(對)한국 수출규제 강화로 촉발된 통상갈등 해소를 위해 한·일 양국이 머리를 맞댔지만, 온도 차이는 여전했다. 예정보다 3시간 이상 길어진 회의로도 수출규제 관련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재계 안팎에서는 일본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연기라는 자국의 ‘실리’만 취하고 수출규제 재검토에는 시간을 끌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16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제7차 한일 수출관리 정책대화’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 15분까지 일본 도쿄 경제산업성 본관 17층 제1특별회의실에서 개최됐다. 우리 측에서는 이호현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정책관 등 8명, 일본 측에선 이다 요이치(飯田陽一) 경산성 무역관리부장 등 8명이 참석했다.
이날 대화는 지난 7월 일본이 수출규제를 단행한 직후 열린 과장급 회의와 사뭇 다른 분위기에서 진행돼 기대를 모았다. 당시 회의는 창고 같은 작은 회의실에서 열렸고, 시작 전 악수도 나누지 않는 등 경직된 분위기 속에서 끝났다. 그러나 이번 대화는 경산성 장관급 회의에 사용되는 특별회의실에서 열렸고, 일본 측 대표들도 우리 측 대표들을 두 손 모아 맞이했다. 또 프랑스산 생수, 커피, 온수포트 등이 준비됐다. 양국 통상당국 대표들은 회의장 입구에서 악수하며 “굿 모닝”이라고 가벼운 인사도 주고받았다.
양국 대표들은 △민감 기술 통제 관련 현황과 도전 △한일 수출관리제도 및 운영 △향후 추진계획 등을 의제로 논의했다. 당초 오후 5시 종료 예정이었던 대화는 세시간 이상 지연되면서 ‘극적 합의’에 대한 기대감도 있었다. 하지만 결국 입장 차를 줄이지 못하고 큰 성과 없이 대화를 끝냈다. 우리 정부는 이번 대화에서 일본의 수출규제 철회를 목표로 한 반면, 일본은 수출규제의 수정이 한국과 협의할 의제가 아니라는 입장을 관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호현 산업부 무역정책관은 “양국 수출관리 제도와 운영에 대해 집중 논의했고, 상황 변화에 따라 신속하고 충분한 의견 교환, 핫라인 필요성에 인식을 공유했다”며 “일본이 수출규제 3개 품목에 대해 일부 생각을 전했지만, 공개적으로 밝히긴 어렵다”고 말했다.
가지야마 히로시(梶山弘志) 일본 경제산업장관도 “대화를 한 것이 하나의 진전”이라며 향후 수출규제 완화 여부 등을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다 경산성 무역관리부장도 “양국이 이해가 진전된 부분도 있지만 견해가 다른 부분도 있었다”며 “(이번 대화로) 신뢰의 회복을 향해 앞으로 나아갔다”고 평가했다. 한일 양측은 수출규제 철회 시점 등에 대해선 언급을 삼가면서도, 발표자료 문구를 일치시키는 등 논란이 일지 않도록 조심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제8차 대화는 가까운 시일 내 서울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한일 무역갈등은 7월 4일 일본 정부가 반도체ㆍ디스플레이 핵심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를 단행하면서 시작됐다. 우리 정부는 수출규제 조치가 부당하다고 세계무역기구(WTO)에 일본 정부를 제소한 데 이어 지소미아 종료를 선언했다. 이후 10월 22일 일왕 즉위식 때 이낙연 국무총리가 특사로 파견된 이후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양국 정계 의견 교환이 이뤄졌고, 우리 정부가 지난달 22일 지소미아 종료를 ‘조건부 연기’하기하면서 무역갈등을 풀 실마리를 찾은 것으로 예상됐다.
청와대는 지소미아 종료 연기 배경에 대해 “일본이 수출규제 조치 재검토 의향을 보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대화에서 합의점을 마련하지 못해 국민적 실망감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소미아 종료 연기에도 수출규제에 대한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는 일본에 대한 비판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마지막 반전 카드는 남아 있다. 오는 24일 중국 청두(成都)에서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정상회담을 갖고 수출규제 관련 극적 합의를 이뤄낼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류종은 기자 rje312@hankookilbo.com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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