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해외 석학 칼럼] 2019년 당신이 놓친 가장 중요한 기사

입력
2019.12.23 04:40
29면
0 0
아일랜드 록밴드 U2 가수 보노(왼쪽에서 두 번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에서 네 번째),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이자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 공동의장 빌 게이츠(맨 오른쪽)가 9일 프랑스 리옹 시청에서 열리는 ‘에이즈, 결핵 및 말라리아 퇴치를 위한 세계기금’ 회의에 앞서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일랜드 록밴드 U2 가수 보노(왼쪽에서 두 번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에서 네 번째),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이자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 공동의장 빌 게이츠(맨 오른쪽)가 9일 프랑스 리옹 시청에서 열리는 ‘에이즈, 결핵 및 말라리아 퇴치를 위한 세계기금’ 회의에 앞서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장 최근의 기록에 따르면 워싱턴 포스트, 뉴욕 타임스, 월스트리트 저널은 매일 총 1,000개의 기사를 게재한다고 한다. 이렇게 많은 기사를 다 읽은 사람이 과연 몇 사람이나 되는지 기록된 바는 없지만 아무도 없다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아마 우리는 매년 수만 개의 중요한 기사를 그냥 지나쳐 버리고 사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지나쳐 버린 기사 중 가장 중요한 것은 10월 10일 프랑스 리옹의 한 회의장에서 있었던 일로, 정부 공무원, 사업주, 박애주의자들이 모여 ‘글로벌펀드’라는 단체에 140억달러를 기부하기로 약속한 것이다.

‘에이즈, 결핵, 말라리아 퇴치를 위한 글로벌펀드’라는 정식 명칭을 듣기 전에는 많은 사람들이 글로벌펀드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이 많다. 이 펀드는 수천만 명의 아이들이, 예방할 수 있었던 질병으로 죽어갔던 2000년 초반에 설립되었다. 에이즈 사태는 절정에 이르렀고 언론매체는 이 바이러스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을 가로질러 생명을 앗아가는 “악의 낫”이라고 불렀다. 몇몇은 예측할 수 없는 질병의 확산이 국가 전체의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것은 국제적인 대응이 필요했던 국제적인 위기였다.

유엔 사무총장 코피 아난은 빈곤 및 질병 감소와 관련된 특정 목표인 새천년 개발 목표를 중심으로 전 세계를 단결시켰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글로벌펀드를 발족시켰다. 이 펀드는 정부 연합뿐만 아니라 새로운 유형의 다자간 사업으로 설계되었다. 또한 새로 설립된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을 포함하여 기업과 자선부문의 협력자를 확보했다. 이런 포괄적인 방식으로 글로벌펀드는 광범위한 전문 지식을 활용할 수 있었다.

지난 20년 동안 글로벌펀드는 가난한 나라의 가장 큰 사망원인인 에이즈, 결핵, 말라리아를 퇴치하는 방식을 변화시켰다. 글로벌펀드는 자원을 모아 말라리아 방지 침대그물과 항레트로바이러스 약물과 같이 생명을 구하는 제품을 위한 규모의 경제를 창출했다. 그 후, 거의 100개국과 협력하여 제품을 공급하기 위한 대규모 공급 망을 구축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에이즈로 인한 사망률은 최고수준에서 50% 아래까지 감소했고, 말라리아로 인한 사망률은 2000년 이후 약 50% 감소했다. 이제 글로벌펀드는 이 사업을 계속하기 위해 새로 140억달러의 기금을 확보한 것이다.

이것은 아주 중요한 기사다. 무엇보다도 이런 기부로 살릴 수 있는 생명이 많기 때문이다. 글로벌펀드는 2023년까지 위 세가지 질병으로 인한 사망률을 현재 수준에서 다시 50% 정도 줄이는 데 140억달러로 충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것은 바꿔 말하면 1,600만명의 생명을 구하는 것과 같다.

그런데 리옹에서 10월 10일 결정된 이 기부가 중요한 것은 다른 이유에서다. 우리가 역사상 중요한 시점에 와 있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최근의 성공적인 모금은 세계가 금세기 초반 인도주의적 위기를 어떻게 해결하기 시작했는가에 대한 증거가 되어 주었다. 다자간공동정책은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고 매우 잘 작용했다.

같은 시기에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어린이들에게 백신을 제공하는 공공 및 민간부문 이해관계자들의 글로벌동맹인 ‘세계백신연합 (Gavi)’과 같은 조직들이 생겨났다. Gavi는 현재까지 7억7,500만명 이상의 어린이에게 예방접종을 했다. 그리고 Gavi 지원 국가에서 DTP3 (디프테리아 백일해 파상풍) 백신의 보급은 2000년 59%에서 2018년 81%로 증가하여 전 세계 평균에서 4% 정도 아래인 수준까지 올라갔다. (Gavi도 내년에 새로운 기금을 모아야 한다.)

한편 2000년대 초반 이후로 이와 유사한 다자간기구가 설립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최소한 그런 규모의 기구가 없었다는 것은,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할 일이다. 글로벌펀드는 고립주의가 한창일 때도 140억달러를 모았다. 오늘날 많은 정부는 지난 20년 동안 그렇게 잘 운영되었던 광범위한 문제해결방법을 이용하기보다는 혼자서 해결하는 것을 선호하는 것 같다. 그 한 예가 브렉시트이다. 2015년 파리기후협정에서 미국을 탈퇴시키기로 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결정과 미국의 대외원조 자금을 삭감하겠다고 나선 트럼프 행정부의 요청도 (하원의 반대로 아직은 현실이 되지는 않았지만) 이와 같은 경우이다.

에이즈사태가 실제 발생된 것 보다 20년 후에 일어났었다면 어땠을까 궁금하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글로벌펀드를 설립할 수 있었을까? 짐작하건대 대답은 ‘아니다’이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그런 계획에 대한 지원을 얻어 내기가 아주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지난달 리옹에서 있었던 일은 아직 진행 중인 기사의 일부이다. 세계는 다자간 연합이 효과가 있고 흐름을 바꾼다는 것을 알아차릴까? 아니면 다자간 공동정책의 시대가 이제 끝난 것일까?

글로벌펀드에 대한 기부는 2019년에 들어 보지 못한 최고의 뉴스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고립주의로 빠져들지 않고 세계공동체를 재건하기 시작하지 않으면, 다시는 들을 수 없는 그런 뉴스이다.

마크 수즈먼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 CSO

ⓒProject Syndicat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