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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 Who]임한솔은 왜 ‘전두환 추격자’를 자처했나

입력
2019.12.19 08:15
수정
2019.12.19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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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치는 장면 포착 위해 10개월 동안 집, 골프장 쫓아다녀

“재치 있고 영리한 화법 쓰는 분이 무슨 알츠하이머?”

5·18에 대한 사과 반성 할 때까지 계속 추격할 것

임한솔 정의당 부대표가 지난달 7일 전두환 전 대통령이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는 모습을 공개했다. 임 부대표가 전 전 대통령 일행에 의해 제지 당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한솔 정의당 부대표가 지난달 7일 전두환 전 대통령이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는 모습을 공개했다. 임 부대표가 전 전 대통령 일행에 의해 제지 당하고 있다. 연합뉴스

“왜 나만 갖고 그래?”

한때 유행어로도 종종 쓰인 표현이죠? 오래된 발언이긴 하지만, 전두환 전 대통령은 왠지 요즘 이 분을 보면 “왜 나만 갖고 그러냐”는 생각이 절로 들 것 같습니다. 누구냐고요? ‘전두환 저격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임한솔 정의당 부대표입니다.

임 부대표의 ‘활약’은 지난달 전 전 대통령이 골프를 치는 모습을 포착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전 전 대통령은 퇴행성 뇌질환인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어 사자명예훼손 재판에 불출석해왔어요. 그런데, 그 기간에 멀쩡히 골프를 쳤고, 그 모습이 임 부대표에게 포착된 겁니다. 전 전 대통령 측은 법정에서 줄곧 “방금 전도 기억을 못하는데 정상적인 법정 진술이 가능하겠냐”는 입장이었는데, 임 부대표에 따르면 골프장에서는 하고 싶은 얘기를 아주 명확하게 표현했다고 하죠.

그러나 이게 처음은 아니었습니다. 임 부대표는 지난해 서울시에서 연희동 가택수색을 벌이는 데 한몫 했습니다. 전 전 대통령은 10억원에 달하는 지방세를 미납한 고액 체납자인데, 그 동안 가택수색을 한 번도 안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임 부대표는 지난해 7월 서대문구 의원으로 당선된 이후 서울시 38세금징수과에 수 차례 공문을 보내는 등 줄기차게 재산 압류를 요구했습니다. 마침내 그 해 연희동 가택수색이 이뤄졌고, TV, 냉장고 등 9점에 압류딱지가 붙었다고 하네요.

임한솔 정의당 부대표가 전두환 전 대통령이 지난달 7일 강원도 홍천의 한 골프장에서 지인들과 함께 골프를 치는 모습을 포착해 공개했다. JTBC 유튜브 캡처
임한솔 정의당 부대표가 전두환 전 대통령이 지난달 7일 강원도 홍천의 한 골프장에서 지인들과 함께 골프를 치는 모습을 포착해 공개했다. JTBC 유튜브 캡처

가택수색을 성사시키고 나니 임 부대표에게 제보가 날아왔습니다. 전 전 대통령이 알츠하이머를 주장하는 것과 달리 강원도 홍천의 한 골프장에서 멀쩡히 자신의 바로 앞에서 골프를 치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임 부대표는 그때 분노를 느꼈다고 합니다. 그는 “전두환의 골프 치는 모습은 반드시 국민들이 볼 필요가 있고 내가 보여드려야겠다고 다짐했다”고 합니다.

‘임한솔의 전두환 추격전’은 그렇게 시작했습니다. 연희동 자택 앞에서 무작정 잠복하며 기다렸다 허탕치기를 반복했습니다. 어느 날은 새벽 5시부터 점심때까지 7~8시간가량 기다린 적도 있다고 하네요. 심지어 어느 골프장에 있다는 제보를 받고 달려 갔지만 만나지 못하는 경우도 여러 번이었다고 합니다. 이른바 ‘골프장 라운딩’을 포착하기까지는 그로부터 10개월이 걸렸습니다.

임 부대표는 전 전 대통령의 생활 패턴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게 됐다고 합니다. 그는 “그 날도 집 앞에서 기다리다 무작정 쫓아갔다”는 임 부 대표는 “골프장을 여러 번 찾아 다녔지만 어디인지는 말해 줄 수 없다”고 했습니다. ‘영업 기밀’이 그 이유랍니다.

임 부대표는 12일에는 전 전 대통령이 12ㆍ12 쿠데타 가담자들과 고급 중식당에서 ‘호화 오찬’을 갖는 장면을 공개했습니다. 고급요리인 샥스핀이 포함된 코스요리를 먹는 모습이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겼는데요. 그것도 중국요리 중 고급 음식으로 꼽히는 ‘제비집 요리’가 포함된 20만원 넘는 코스 메뉴입니다. 어디 이뿐일까요? 임 부대표에 따르면 전 전 대통령은 코스로도 모자라 별도의 요리도 여러 번 주문했다고 합니다.

이곳의 음식이 입맛에 맞았는지, 15만원짜리 불도장은 테이크아웃까지 했다죠? 임 부대표는 “생전 처음 들어보는 메뉴들이 많았다. 잘 알지 못하는 요리들을 계속 주문했다”며 “전씨 혼자만 해도 비용이 40~50만원으로 추정되고, 부부 한끼 식사로 지출한 비용은 100만원 가까이 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참고로 임 부대표는 그날 전 전 대통령이 시킨 메뉴가 ‘A코스’라고 했습니다. 이후 기자가 해당 식당 메뉴를 찾아 보니 거기에 제비집 요리가 포함돼 있었습니다. 전씨가 테이크아웃했다는 불도장은 경호팀이 대신 들고 갔다고 합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12ㆍ12 쿠데타를 일으킨 지 40년이 되는 12일 군사 반란 가담자들과 서울 강남구 한 고급 음식점에서 오찬을 갖고 있다. 임한솔 부대표 유튜브 캡처
전두환 전 대통령이 12ㆍ12 쿠데타를 일으킨 지 40년이 되는 12일 군사 반란 가담자들과 서울 강남구 한 고급 음식점에서 오찬을 갖고 있다. 임한솔 부대표 유튜브 캡처

임 부 대표는 이제 전 전 대통령은 너무 잘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는 전 전 대통령이 맛집 탐방을 즐기는 미식가라고 했습니다. “전씨 동선을 상당 부분 파악 하고 있는데, 한정식집도 가고, 고급 중식당들을 자주 애용하는 편”이라고 귀띔했습니다. 임 부대표는 언젠가 ‘전두환 맛집 지도’를 낼 수 있을 정도가 됐다고 합니다.

전 전 대통령의 대화 방식도 파악이 끝났습니다. 임 부 대표는 “화제 전환 신공을 지녔다”고 평가 했는데요.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식입니다.

임한솔(임)= “5.18 학살 책임이 있으십니까”

전두환(전)= “나는 책임이 없어”

임= “발포 명령 내리지 않으셨습니까”

전= “자네 군대 갔다 왔어?”

임= “추징금, 세금 제대로 내지 않으셨잖습니까”

전= “네가 좀 내주라”

“순간순간 재치 있게 자신에게 유리하게 대화를 이끌어 가고 주제 전환하는 영리한 분이 알츠하이머 환자라는 걸 누가 믿겠느냐”고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는데요.

도대체 왜 전 전 대통령일까요? 임 부대표 지역구엔 노태우 전 대통령도 살고 있는데 말이죠. 그는 “5·18의 실질적 책임자인데도 반성이나 사죄한 적 없고 본인 책임을 인정도 안 하고 있다”며 “바로잡지 않으면 우리가 미래로 나아가는데 여러 가지 제약이 있겠다 싶었다”고 밝혔습니다. 임 부대표는 전 전 대통령을 꼭 따로 만나고 싶다고 했습니다. “골프장에서 전씨가 제 명함을 받았는데 연락 온 건 없지만 기다리고 있다”는 그는 “따로 만나서라도 반성과 사죄를 이끌어내야 (추격전을) 멈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조만간 임 부대표가 ‘전두환 추격자’ 역할을 그만두는 날이 올 수 있을까요?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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