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마지막 회의서도 조율 실패
드하트 “美 요구액 50억달러 아냐”
2020년부터 적용되는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 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협상이 결국 내년까지 이어지게 됐다. 한국과 미국 협상팀은 18일 올해 마지막 회의를 진행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6차 회의는 내년 1월 중 미국에서 열기로 했다.
정은보 방위비분담협상 대사와 제임스 드하트 미 국무부 선임보좌관을 수석대표로 하는 양국 협상팀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서울 동대문구 한국국방연구원에서 5차 회의 이틀째 협상을 4시간 35분 동안 진행했지만 연내 협상 타결이라는 목표를 이루지는 못했다. 외교부는 회의 종료 후 “양측은 여러 사안에 대한 입장 차이 속에서도 많은 논의를 통해 상호 이해의 폭을 넓혀 가고 있으며, 상호 수용 가능한 합의 도출을 위해 긴밀한 협의를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양국의 입장은 분담금과 SMA 항목이라는 기본 틀에서부터 차이가 컸다. 당초 미국 측은 올해 방위비 분담금(1조 389억원)의 5배에 달하는 약 49억달러(5조 7,000억원)를 내년도 분담금으로 제시했다. 현행 SMA의 지출항목에 해당하지 않는 주한미군 인건비(수당)와 군무원 및 가족 지원 비용, 미군의 한반도 순환배치 및 역외 훈련비용 등의 항목 추가를 요구하는 바람에 협상은 난항이었다. 현재 SMA 틀 내에서 한국은 △주한미군 한국인 고용원 임금 △군사건설비 △군수지원비만을 부담할 수 있다.
회의 후 드하트 대표는 주한미국대사관 공보과에서 약식 기자회견을 자청해 ‘50억 달러’는 현재 미국의 요구액이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양측이 합의에 이르게 되면 우리가 처음 제시한 숫자와 다를 것이고, 우리가 한국 측으로부터 들었던 것과도 아마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금액 조정의 여지는 있지만 여전히 미국은 한국의 경제성장을 감안해 ‘방어’ 비용도 일부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드하트 대표는 “현재의 SMA를 통한 한국 기여금의 90% 이상이 한국 경제로 돌아간다”며 “미국은 현재의 SMA 체제 안에서 파악되지 않은 더 큰 비용을 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SMA 틀 내에서 협의해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 중인 한국은 그 동안 한국이 한미동맹에 기여한 비용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반환된 주한미군 기지 4곳 오염정화비용 1,100억원 우선 부담과 호르무즈 해협 파병 검토, 미국산 무기 구매 실적 등이다. 이 중에서 무기 구매는 미국에게도 중요한 고려사항이라고 드하트 대표는 밝혔다. 미국 측의 입장 발표는 한국은 물론 자국에서도 비판을 받고 있는 방위비 분담금 증액에 대한 여론 관리 차원으로 보인다.
이달 31일 10차 협정이 만료되면 협정 공백이 생기지만, 당장 큰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새 협정 타결 전까지는 주한미군이 자체 예산 중 여유분을 전용해 일단 집행하고 새 협정이 발효되면 협정을 소급적용하는 식이기 때문이다. 10차 SMA 협정도 해를 넘긴 지난 2월 타결됐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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