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간단한 동작이에요. 엉덩이 밑으로 두 손 넣고 되작거리는 일. 이러다보면 당연히 따뜻해져요. 아랫목이 따로 없어도, 생명은 온기니, 앉은 곳에는 아랫목이 생겨요.
손이 따뜻해지면 당연히 마음이 따뜻해지고, 나는 따뜻해진 손과 마음이어서 네 언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요. 아무 말이 필요 없어요. 아니 이 동작이 가장 좋은 말이에요.
꽝꽝 언 들은 얼어붙은 울음들일지도 몰라요. 네가 그곳을 헤맨 것은 쌓인 울음들을 무심하게 지나칠 수 없어서였을지도 몰라요. 울음은 울음을 알아보는 법인데, 물론 그 사실을 너는 모르고 언 들도 몰랐을 거예요. 몰라야 머물러요.
어려운 단어가 없어요. 우리가 흔히 쓰는 입말들이에요. 사전에서 찾아본 유일한 단어는 ‘되작거리다’. ‘이리저리 살짝 들추며 자꾸 뒤지다’, 무겁게 말고 가볍게 하라는 것이지요. 되작거리면 되작거려져요. 되작거리면 홀로 걸어오는 너의 언 발소리가 들리고 쨍쨍 언 들의 실금이 보여요.
한 해가 가기 전에 보는 모임이 꽤 있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자꾸 뭘 놓친 것 같은 황량함이 들어 뒤척이는 요즘이었는데요. 이 시를 읽고, 이 시가 알려주는 순서대로 동작을 해보니 진정이 되었어요. 차가운 얼굴에 차가운 손이 닿아도, 닿으면 온기가 생겨요. 언 것은 녹아요. 제 볼에도 셀프 동작을 해보니, 놀랍게도, 저의 볼은 제 생각보다 말랑하고 따뜻했어요. 제가 순해졌어요.
아주 간단한 이 동작을 잃어버렸었나 봐요. 나도 살리고 너도 살리는, 참 좋은 순서로 되어 있어요.
이원 시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