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되면 늘 ‘다사다난’(多事多難)이 언급된다. 올 한해도 역시 많은 일이 벌어지고 사라졌다. 희망과 기대를 준 희소식도 있었지만, 충격과 우려를 자아내는 궂은일도 많았다. 많은 사람이 관심 두는 ‘새로운 이야기’가 뉴스다. 또 새롭진 않아도 반드시 해결해야 할 중요 과제 역시 뉴스의 가치를 지닌다.
뉴스는 수많은 일들 속에 사람들의 관심사를 다루기도 하지만 새로운 관심을 불러오기도 한다. 사람들의 관심과 이슈를 살펴보는 방법은 다양하다. 온라인 접촉이 일상화하면서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가 대표적이다. 그래도 사안을 체계적으로 파악하고 검증된 사실을 접할 수 있는 것은 언론사가 제작한 뉴스이다. 매체 환경은 급변하고 있다. 대표적인 언론 매체 종이 신문을 통해 뉴스를 접하는 비율은 해마다 줄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자료에 따르면, 종이신문의 열독률은 2012년 40.9%에서 2018년 17.7%로 줄었다. 그렇다고 뉴스에 대한 관심과 소비가 줄어든 것은 아니다. 결합 열독률, 즉 종이신문, PC 인터넷, 모바일 인터넷, 일반 휴대전화, IPTV 중 1가지 이상을 통해 뉴스를 접한 사람들은 2018년에도 80%에 가까운 수치를 유지하고 있다.
뉴스 댓글, 여론을 들여다볼 수 있는 창
뉴스를 종이 신문이 아닌 온라인을 통해 접한다는 것은 단순히 매체 경로의 차이에만 그치지 않는다. 신문과 방송 등 전통 매체는 일방적으로 뉴스를 전달한다면 온라인에서는 독자가 뉴스를 읽고 자신의 의견을 밝힐 수 있다. 바로 뉴스 댓글이다.
뉴스 댓글은 여론을 살펴보는 데 중요한 데이터이다. 물론 2013년 국정원 댓글 조작사건이나 2018년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여론을 호도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생산한 댓글이 섞여 있어 여론의 진실을 왜곡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이런 가능성은 역설적으로 댓글이 여론의 동향을 살펴보는 척도로써 중요하며, 댓글 자체가 여론 형성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기도 한다.
‘데이터로 본 한국인’은 올해를 마무리하면서 지난 1년간 온라인 뉴스 댓글에 나타난 한국인의 주요 관심 이슈를 살펴보려 한다.
먼저 인터넷 포털 네이버의 뉴스 서비스를 통해 제공된 2019년 뉴스 기사의 전체 댓글 추이를 살펴봤다. 올해 포털 뉴스의 댓글 작성에 참여한 사람은 하루 평균 12만8,700명, 하루 동안 생산된 평균 댓글 수는 36만2,000개였다. 댓글 작성에 참여한 사람들은 평균 2.77개의 댓글을 달았다. 영역별로 봤을 때는 정치 관련 기사의 댓글이 사회 및 경제 영역 기사보다 많았다. 월별로 다소의 차이는 있었지만 큰 변화 없이 나타나던 수치가 7월 이후 급증하는 추이를 보였다. 특히 9월에 댓글의 수뿐만 아니라 댓글 작성자 숫자도 많이 증가해 9월에 주목하게 된다. 9월에 발생한 어떤 이슈와 뉴스가 사람들의 댓글 참여를 불러왔을까.
조국 이슈에 파묻힌 대한민국의 9월
한국일보를 비롯해 한국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에서 제공하는 뉴스 통계를 분석해 보았다. 9월 한 달간 주제별로 가장 많이 생산된 기사를 매일 10개씩 추출하여 살펴본 결과, 이슈의 중심은 단연 ‘조국’이었다. 장관에 임명된 9월 9일을 중심으로 조국 전 장관 관련 기사는 이슈 점유율 18.3%, 기사 점유율은 38.5%였다. 조국 이슈는 생산된 뉴스 기사의 비중도 높지만, 뉴스 소비에 있어서 더욱 압도적 비중을 보였다. 9월 한 달간 포털 네이버 뉴스의 정치 섹션에서 가장 많은 조회 수를 보인 기사 30건 중 평균 71.5%가 조국 관련 기사였다(총 900건중 644건).
기사에 대한 댓글 공간은 독자들에게 정치 학습의 역할도 제공한다. 정제되지 않은 생각과 발언이 많다는 점에서 숙의(熟議)의 공간으로 보기에는 부족하다. 하지만, 나와는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접하며 다름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고,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과 인식과 정보 공유를 통한 연대감도 느낄 수 있다.
조국 관련 기사의 댓글에 나타난 사람들의 생각을 살펴보았다. 지지와 반대에 따라 명확히 다른 의견을 표출했다. 양 진영 모두에서 가장 빈번히 언급되며 이슈의 중심에 존재했던 것은 ‘검찰’이었다. 조국 전 장관의 임명을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검찰개혁’을,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수사’와 ‘구속’을 강하게 주장했다. ‘정의’와 ‘공정’의 문제도 끊임없기 제기되고 있었지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와 ‘개혁’에 대한 응원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관련 이슈에 대한 해설과 전망을 논리적으로 제시하는 내용과 함께 세력의 결집을 촉구하며 결의를 다지는 감정적 표현도 나타난다.
올해 연예인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계기로 악성 댓글의 문제를 지적하며 인터넷 실명제 시행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기도 했다. 2007년 제정되었다가 2012년 이용자들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위헌 결정을 받아 폐지되었던 제한적 본인확인제를 부활하자는 요구도 이어졌다. 더 나아가 뉴스 댓글 자체를 폐지하자는 의견도 많았다. 최근 한국언론진흥재단 조사에 따르면 ‘일반 뉴스의 댓글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국민들의 의견이 약 56%, ‘연예 뉴스의 댓글 서비스 폐지’는 85%나 됐다. 이러한 의견이 반영돼 카카오는 연예 섹션의 뉴스 댓글을 잠정적으로 폐지했다.
댓글의 폐해는 대책이 필요할 정도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됐다. 불순한 의도로 왜곡된 정보를 제공하고, 타인의 인격을 아무렇지도 않게 짓밟는 일들이 무수히 벌어진다. 오용에 대한 대책 마련은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댓글을 없애는 것이 최선은 아니다. 댓글 공간은 함께 살아가는 사회 속에 나와 같거나 다른 생각의 존재와 그 내용과 이유를 파악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역할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표현이 거칠고 다소 어리석더라도 그런 모습도 결국 우리 사회의 일부분이다.
배영 (포스텍 인문사회학부 교수)
한국일보-포스텍 데이터사이언스포럼 공동기획
※ 뉴스 기사 데이터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빅카인즈서비스, 네이버 뉴스 서비스를 활용해, 뉴스 댓글 데이터는 닐슨코리아의 버즈워드 및 네이버 데이터랩을 통해 2019 1월 1일 ~ 12월 14일까지 기간을 대상으로 추출. 뉴스 열독률 및 댓글 폐지 관련 조사 자료는 한국언론진흥재단(kpf.or.kr)에서 참고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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