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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진 칼럼] 감동ᆞ미래 안 보인 총리 인선

입력
2019.12.19 18:00
수정
2019.12.19 18:28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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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변화보다 현실 안정 택한 총리 낙점

생동감 느껴지는 핀란드내각과 극명 대비

젊은세대 요구 담아낼 세대교체 고민해야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가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면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가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면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12일 자 조간 신문에 실린 핀란드발 사진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세계 최연소 총리 산나 마린(34)이 장관 19명 중 12명이 여성이고, 그중 3명이 30대인 새 내각 진용을 발표하는 장면. 우리에겐 낯선 사진 속 장면이 자연스러운 ‘양성평등ᆞ청년 정치’ 선진국 핀란드의 국민이 부럽게 느껴졌다.

같은 날 다른 조간 신문은 ‘靑, 정세균 총리 검토. 김진표 고사… 이낙연 유임될 수도’라는 제목의 총리 인선 소식을 전했다. 핀란드 새 내각의 잔영 때문일까. 거명된 인사들의 나이를 새삼 찾아보게 됐다. 69세, 72세, 67세. 많지도 적지도 않은 나이지만 이날만큼은 ‘올디’(oldie)하게 다가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정세균 의원을 총리 후보자로 택했다. 산자부 장관에 5선 의원인 그가 총리가 되면 국회의장을 지내고 행정부 2인자가 된 첫 사례다. 모든 언론이 그의 경륜을 크게 다뤘다. 하지만 범생(凡生)인 내게는 감동적이지 않았다. 그저 DJ 때부터 숱하게 들은 이름일 뿐.

이념과 소신이 다르면 국정 운영의 호흡을 맞추기 어려운 건 사실이다. 대통령과 총리 관계라면 더 그렇다. 총리 낙점 배경으로 ‘국정 경험’과 ‘안정감’이 거론되는 이유다. 문 대통령도 같은 말을 했다. 여기에 후보자 경력을 근거로 ‘통합과 화합’ ‘민생 경제 성과’라는 과제를 부여했다.

안정감은, 달리 말하면, ‘변화 없음’이다. 발전ᆞ진보보다는 현상 유지, 미래보다는 현재나 과거에 더 무게가 실린다. 문재인 정부 후반기, 기존 국정 운영 스타일과 기조가 그대로 간다는 뜻이다. 잘못은 아니다. 하지만 8월 개각 이후 고심해온 총리 인선의 콘셉트가 꼭 ‘이대로’여야 했을까.

다른 정권처럼 문재인 정부도 변화와 혁신을 추구해왔다. 하지만 속도는 더디고 성과는 미흡하다. 경제는 얼어붙었고, 질 좋은 일자리는 늘 부족하다. 고령화로 사회는 활기를 잃고, 미래 세대의 부담은 커져 간다. 그래서 20~40대들은 묻는다. 우리 사회에 미래가 있냐고, 국가가 우리 미래를 책임질 수 있냐고. 정부의 선의는 믿으나 정책 효율과 성과 부족에 능력을 의심한다.

그들은 자신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는데 대해 더 답답해한다. 기득권 유지에 매달린 정치권은 젊은 세대의 요구는 듣는척 하면서도 단지 그들을 ‘선거 득표용 구색 맞추기’ 정도로 여긴다. 국회, 청와대, 내각에는 60대 전후 인사가 넘쳐나고 30~40대와 여성은 모양새를 위한 ‘양념’일 뿐이다. ‘청년과의 대화’가 열리지만 보여주기식 이벤트에 불과하다.

나이가 무슨 상관이냐고 할 수 있다. 맞다. 그렇다면 40대 총리, 장관이 불안정하거나 능력이 부족하다는 등식도 성립할 수 없다. 다만 4차 산업혁명에서 미래 성장 동력을 찾고 복잡한 대내외 변수가 중첩된 시대적 상황에서 80~90년대 대기업 생활과 2000년대 초 산자부 장관 재임 등 현 시점과 멀리 떨어진 시간대의 한물간 경험을 ‘경제 총리’의 근거로 내세우는 것은 기성 세대의 무능과 무감각을 드러내는 진부한 접근이다.

미래에 대한 젊은 세대의 불안을 감지한다면, 변화에 대한 의지와 확신을 제대로 보여줘야 한다. 그것이 국가 지도자의 책무다. 핀란드 수준의 파격을 바라는게 아니다. 총리든 장관이든 국회의원 후보든 미래 변화를 실질적으로 주도할 젊은 인재들을 국정 주요 포스트에 과감히 등용하지 않고선 단언컨대 발전은 없다. 과거에만 의지해 현재에 안주하지 말고 과감히 미래에 투자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 후반기에 이어질 개각과 내년 총선전에서 젊은 인재들의 대거 발탁은 필수다. 기득권이 물러나지 않는다면 인위적 세대교체라도 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젊은 세대들이 미래 우리 사회가 그래도 ‘살아갈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 될 것임을 믿게 해야 한다. 5공 시절의 구호인 ‘사회 안정’처럼 들리는 ‘안정감’을 21세기 새로운 10년이 시작되는 2020년에도 반복하는 것은 젊은 세대 언어로 정말 ‘구리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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